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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 연재 [생각의 발견]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첫 단추, 브랜드
윤목 ㈜더커뮤니케이션그룹 대표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2013-12-09 17:08:18)

브랜드가 기업을 살리고 죽인다
바야흐로 호빵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철 대한민국의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되버린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빵의 김에 발길을 멈추고 어린 시절 코묻은 돈을 꺼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브랜드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이 ‘삼립호빵’의 주인이 15년 전 바뀐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호빵을 처음 만든 회사는 바로 삼립식품이었다. 삼립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양 최대의 양산빵 공장을 가지고 호빵은 물론 보름달, 아이차, 누네띠네와 국내최초 튀기지 않은 생면 하이면 등 수많은 국민브랜드들을 히트시킨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회사였다. 그러나 이 삼립식품의 운명이 한 순간에 바뀐 것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브랜드 변신의 실패 때문이었다.
반면 삼립식품의 회장 바로 밑의 동생이 운영하는 샤니는 달랐다. 샤니의 오너는 실제 형과 같이 같은 공장빵으로 시작했지만 고급화되어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미리 파악하고 공장빵과 함께 빠리바게트와 빠리크라상이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일찌감치 론칭시켰다. 뿐만 아니라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의 해외브랜드들을 도입, 삼립이 갖고 있던 빵과 빙과류시장을 완전히 고급화시켜 놓았다. 그리하여 1990년대 말 샤니보다 훨씬 큰 회사였던 형의 회사인 삼립식품을 인수하고 SPC그룹을 출범시켜 지금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장 큰 손이 되었다. 이 사례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앞서가는 브랜드 도입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 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역 중소기업 이름의 한계
전라북도를 비롯한 지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이 브랜드의 문제다. 품질로 따지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뛰어난 제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모든 마케팅의 첫 단추인 이 브랜드의 문제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경우가 많은 경우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그것은 특히 지역의 특산품을 제품화, 기업화한 수많은 기업들에게서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주비빔밥, 임실치즈, 고창복분자, 부안뽕주 등 전라북도만 해도 수많은 지역브랜드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지역명품을 사업화한다 해도 그것이 브랜드로서의 배타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분자 하나만을 사례로 본다고 하더라도 고창복분자, 선운산복분자 등 수많은 제품 이름 앞에 ‘고창’이나 ‘선운산’이라는 지역브랜드를 사용한 복분자주가 많이 있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브랜드로서의 배타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니와 단순한 지역특산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미지로 전국브랜드로서의 Take-Off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대기업인 보해에서 보해복분자가 출시되자 정작 복분자주의 독창성을 갖고 있는 고창지역의 복분자주 회사들은 맥을 못추게 되고 말았다.


최근 브랜드 이름의 경향
지방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이 브랜드들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뚜렷한 방향을 보이고 있다.
# 1. 고유명사 경향
외국에선 캘빈클라인, 베네통, 크리스찬 디올, 루이비통 등 패션과 명품을 비롯한 많은 영역에서 가장 많은 경우에 해당하지만, 자신을 선뜻 드러내 놓으려 하지않는 우리 국민의 정서상 이러한 경향은 국내에서는 흔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하나의 트랜드가 되고 있다. 강성원우유, 송광호철판구이, 박소선 할머니 설렁탕, 유가네칼국수 등 말이다. 이러한 브랜드 이름에서는 정성과 소량생산, 품질 위주의 기업철학등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 2. 자연주의 경향
풀무원, 청정원, 산내들, 해찬들, 목우촌, 자연은 등 친환경, 친자연주의 느낌을 강조한 브랜드들이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 사회가 더 산업화, 정보화 될수록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 3. 낯설게하기 경향
TTL, VOV, 닉스, OX, Yah, 스톰 292513 등 젊은 타겟들을 노리는 패션의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무슨 뜻인지 애매모호하게 낯설게 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경향이다.
# 4. 돌아가기 경향
쌈지, 잠뱅이, 가파치, 놀부보쌈, 시골참기름 등 옛날로 돌아가는듯한 이미지를 주는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거꾸로 가장 앞서가는 이미지를 얻고자 하거나 독창성을 강조하는 이름의 경향이 있다. 패션은 물론 먹거리 브랜드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 5. 이니셜화 경향
IBM, KFC, P&G 등 주로 외국에서 많이 사용되던 이니셜화 경향은 국내에서 선경의 이니셜을 딴 SK를 필두로 CJ, KTF, INI스틸, SDI, LG, GS, LS , STX 등 커다란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많이 들일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심사숙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 6. 대표성 획득 경향
n016, M018, e-편한세상 등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획득하려는 경향의 브랜드도 하나의 트렌드다. 그러나 사회가 너무나 급격히 바뀌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향은 그 순간에는 앞서가는 듯 보이나 금방 뒤쳐져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반면 E-Mart와 같은 브랜드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그 업을 대표하는 업종대표성(Economic의 E)을 가지려는 경우는 매우 성공적으로 보인다.


브랜드 이름, 어떻게 짓는가
어찌됐건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브랜드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그것이 지역특산물이건 아니건 간에 국제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영문표기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 안목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2~3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시각으로 브랜드를 지어야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경쟁구도적 측면을 생각해야만 한다. 지나치게 어디서 들어본 듯한 브랜드, 경쟁사를 따라가는 듯한 브랜드네임을 탈피하고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첫 단추, Brand에 대한 고려를 심사숙고하여 지방의 중소기업들도 뛰어난 품질,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 제품보다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공장보다는 브랜드 가치가 가장 큰 기업의 자산이 되어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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