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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 연재 [서평]
성실한 책이 되살려낸 한글의 의미
『한글이야기 1』 홍윤표 지음/ 태학사
서형국 전북대 교수(2013-12-09 17:12:57)

언문이라 하는 것은 사람의 언어랄 발포하는 문자라 남녀 물논하고 부득불 익히고 아라 잇슬지나 떠한 문의가 해득하기 심히 용의하니 그런 고로 녀항의 초동목슈라도 진서습득하나니 … 언어사의랄 발켜 쓸 쥴을 통달한 년후의라야 가히 언문을 아랏다 이라난지라 (全羅南道 光州郡 光州面 金溪里 『간독초』 서문. 이 책 209쪽)

배호기와 읽기와 씨고 박기에/ 고-ㄹ고로 다 좋은 우리 한글은/ 民衆敎化使命을 띄고 났도다/ 新文化의 基礎로 굳이 닦으며/ 新生活의 武器로 한끗 부리세(崔鉉培, ‘글장님을 없이자’ 中에서. 『동아일보』 1929년 2월10일. 이 책 317쪽)

한글은 우리말을 적는 데 가장 적합하게 만든 글자다. 우리말은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있었을 테지만 한글로 우리말을 쓸 수있게 되고 난 뒤에야 우리말과 우리들의 삶이 더 활력을 가지게된 듯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한글은 우리 삶에 얼마나 깃들어 있으며, 우리는 또 한글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한글 이야기』는 한글을 중심으로 하여 이런 물음에 답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1권 ‘한글의 역사’를 중심으로 이 책을읽으실 독자들께 그 내용을 안내하려고 한다.

이 책은 ‘한글’ 이야기를 ‘한글의 역사’(1권, 340쪽)와 ‘한글과 문화’(2권, 386쪽)으로 나누어 저자의 이해를 펼쳐 보이고 있다. ‘한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한글을 이용하여 쓰는 법, 한글로 낸 책, 한글 교육(이상 1권), 예술, 생활, 놀이, 과학(이상 2권)에 이르기까지 1권 처음부터 2권 끝까지가 끊이지 않고 한 흐름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 과정에서 한글과 우리말을 꿰뚫어보는 저자의 안목이 탄탄한 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없을 것이다. 따라서 1권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얼개와 의의를 오해 없이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한글 이야기 1 한글의 역사』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한글이 걸어온 길’로 문자로서 한글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먼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명칭을 특히 ‘訓’과 ‘音’에 주목하여 설명한다. 한글 자모의 배열 순서가 오늘날처럼 정리된 데 훈민정음의 과학적 원리가 세심히 개입하고 있음을 검토하여 설명한다. 오늘날은 쓰이지않게 된 한글 자모의 이름과 음가를 정리하여 보이고 한글 글자의모양과 자형, 띄어쓰기도 1부에서 다루고 있다.

2부는 ‘한글과 문헌’으로 한글이 사용된 문헌과 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오늘날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서체가 한글 문헌에서발달해 가는 모습을 문헌 중심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글로 쓴 고문서도 어떤 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 확인한다. 한글 전용이이루어진 문헌은 언제 나타났고 그 문헌에서 한글 전용이 이루어진 까닭도 짚었다. 가로쓰기도 문헌에서 정착된 과정과 사례를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한글로 된 언간이 책으로 묶인 사연과, 종교분야의 한글 문헌도 종류별로 살펴보고 그 특징을 톺았다.

3부는 ‘한글과 교육’으로 한글을 가르친 역사를 살폈다. 한글이창제된 시기와 자모에 대해서는 많이들 주목하였지만 한글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웠는지는 살펴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한글을 배운 방식도 그 변천 과정을 짚어가며 살펴본다. 구한말, 일제 강점기에 한글을 어떻게 가르치고 보급하였는지도 살펴보고 있다.지금까지 한글을 다루어 온 책에는, 학문적 논의로서 언어학이나 문자학에만 바탕을 둔 지나치게 전문적인 논의이거나, 단편적인 몇몇 자료를 바탕으로 집중적인 설명에만 치우친 논의, 자료나논거보다 주장과 구호를 내세우는 글이 적지 않았다. 한글을 이와같이 다루어 온 결과, 한글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한글을 자료와 어떻게 연계하여 이해해야 하는지, 한글과 관련하여왜 그런 주장과 구호가 있어 왔는지 충분히 납득되기가 어려웠다.

이 책에서는 한글에 관련된 전문적인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다루면서도 풍부한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이해하기 쉽게 안내하고있다. 한글에 관한 이야기는 국어와 국어학, 문헌학에 대한 지식을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전문적인 주제라고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쉽게 읽힐수 있게 된 것은, 저자가 연구해 온 국어와 한글에 대한 식견과 수집하고 조사해 온 한글 관련 자료를 망라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자료 사진을 컬러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내용이 가진 무게감을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강의실이나 연구실에서 탐구하는 ‘한글’에서, 우리가 버릇처럼 외우고 눈 감고도 쓸 수 있는 ‘아주 잘 아는 한글’로끌어당겼다. ‘기역, 니은, …’처럼 쉽게 외웠던 한글의 순서라든지, ‘명조체, 고딕체’ 같은 글꼴, ‘ㄱ, ㅅ’ 글자의 모양, 띄어쓰기와 같은 문제가 그런 것이다. ‘아주 잘 아는 한글’에서도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한글’이 있었을 뿐 아니라 거기에 흥미로운 사실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전문가부터 일반인에게 ‘한글’에 대한 설명만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자료가 이 책에서 공식적으로 제시되고 있기도 한다. 안민학의 『애도문』이나 반절표 , 언문서 등처럼 낱장으로 된 고문서들도 현대적인 해석과 설명이 덧붙어 하나하나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은 국어와 한글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도 독자가 됩니다만국어를 전공한 전문가에게도 매우 훌륭한 전문 서적이 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도 다루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일반 독자들이라면 1부와 2부를 읽을때는 사전을 곁에 두고 전문 용어 몇몇은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한글이 과학적이라고들 많이 말하지만, ‘과학성’은 탄탄한 이론적체계와 정연한 질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약간의 아쉬움도 없지 않다. ‘ㅇ’(이응) 글자와 ‘ㅇ’(옛이응) 글자가 쉽사리 구분되지 않는다든지, 2부와 3부로 갈수록도판이 본문 설명과 약간씩 어긋나게 놓인다든지 하는 점은 책을읽는 감동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글 이야기’라고하였으므로 이 책의 내용이 모두 ‘한글’이라는 ‘글자’에만 집중되어 있을 것이라고 혹시 잘못 읽을 독자도 있을까 봐 살짝 염려가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염려와 약간의 불편함을 이겨내는 매우 특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 자꾸만 나타난다. 한글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기초적인 내용을 차분히 설명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책은 자료 제시, 사실 설명, 전후 사정과 의의등이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은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탐구하려는 이들께 충분한 안내서가 된다. 이 책의 문장을 접하면서 저자의 인자한 말투를 그대로 듣는 듯이 느끼게 되는 것은, 백성이 ‘편안’케 하고자 하였던 훈민정음의 언어관과 함께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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