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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 연재 [사회적기업 탐방 ⑭]
기능은 배반하지 않는다
자전거 전문 사회적기업 (유)착한자전거
황재근 기자(2013-12-09 17:16:40)

아파트 단지나 학교에 가면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녹이 슨 자전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충분히 더 달릴 수 있어 보이는 자전거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돼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자전거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사회적기업 (유)착한자전거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다.
착한자전거가 설립된 것은 2011년 6월. 기능인을 양성하던 오홍근 대표는 기술이 있어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하는 장애인 제자들을 보며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을 위한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은 자연스레 그의 취미였던 자전거와 연결됐다. 2012년 2월, 오대표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제자 박석순 센터장을 불러들여 전주종합경기장 내에 자전거종합서비스센터를 열었고 3월에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난 11월 8일에는 예비 딱지를 떼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전주종합경기장에는 착한자전거의 사무실과 매장, 그리고 교육장 겸 작업장이 함께 위치해있다. 폐자전거가 재활용 자전거로 탄생하는 공정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아파트단지나 학교, 기관 등에서 폐자전거를 사들여 완전 분해한 후 재생가능한 부품과 그렇지 않은 부품을 나눈다. 가장 중요한 부품은 자전거의 뼈대가 되는 프레임과 휠이다. 브레이크나 기어 등 소모가 빠른 부품은 대개 새 부품으로 교체해 조립한다. 다음 단계는 도색이다. 다시 태어난 자전거는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 실제 운행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탄생한 재생자전거의 가격은 보통 시중 생활자전거의 절반 가량. “프레임과 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 부품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새 제품과 다름없는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오대표의 설명이다.
이 공정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작업장에는 미니 클러스터가 구성돼있다.  작지만 자전거 제작단계가 모두 압축돼있는 셈. 이를 활용한 또 다른 사업분야가 바로 기술교육이다. 착한자전거는 고용노동부와 전북테크노파크의 기술교육 중 자전거부문을 위탁받아 이론과 실습을 교육하고 있다.
일반 자전거의 수리도 중요한 사업분야다. 각 브랜드의 부품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자전거라도 수리가 가능하다. 오히려 기술력에서는 일반 자전거 점포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오대표의 자신감이다. 덕분에 소문을 듣고 복잡한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착한자전거를 찾아오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착한자전거는 지난 10월 전라북도 선도사회적기업 선발 공개오디션에 최종 후보 6개 기업에까지 진출했다. 아쉽게 선도사회적기업으로 선발되진 않았지만 짧은 활동기간을 생각할 때 작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오대표는 “아직 보여줄 만한 것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가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바로 기술력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기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본은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기술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착한자전거가 기존의 자활사업단이나 노동집약형 사회적기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최고의 기능인들이 새로운 기능인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 현재 착한자전거의 직원은 모두 10명. 이 중 사무직 2명을 제외한 8명은 모두 자전거 기능의 전문가다. 설립 이래로 잦은 이직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여타의 사회적기업들과 마찬가지지만, 기술을 익혀 자립하거나 다른 직장을 얻어 나갔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오대표는 “회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국가나 지역의 차원에서는 공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한다.
오대표의 꿈은 전북에 자전거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력은 축적돼있으니 자본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량생산공장보다는 고부가가치의 명품자전거를 만들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당면한 목표는 착한자전거 2호점을 내는 것. 점포가 늘어날수록 그가 양성한 자전거 전문인력들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달리는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듯이, 착한자전거의 꿈도 쓰러지지 않고 계속 달려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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