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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함께 할 줄 아는 아이들의 행복한 두레살이
황미선 교사(2014-04-01 13:25:41)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교육경력이 10년차가 되었다. 함께 추억과 마음을 나눈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유독 2012년도 가르쳤던 5학년 행복두레 7 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또렷이 떠오른다. 행복두레 7기는 교육경력 8 만에 처음 맡게 개별반 아이가 있는 통합학급이었다. 아름다운 27명의 아이들과 함께했던 해의 두레살이를 통해 교사인 역시 자랄 있었다.



걱정으로 시작한 통합학급


설렘과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다른 해와 달리, 새학기는 두려움과 걱정, 불안으로 가득했다. 통합학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학급경영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그래서 일단 2월말 내내 학교에 나가서 환경정리를 끝냈다. 3 초반에는 개별반 아이와 아이들이 적응하는데 많은 신경을 써야 같았기 때문이다. 

3 첫날, 교실을 들어서는 지우(개별반 아이 가명) 키가 또래 아이들보다 20cm 정도 컸다. 교사인 나보다도 훨씬 커서 옆에 서면 오빠와 동생처럼 보일 정도였다. 신체적으로는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빠르지만 2 무렵 뇌병변장애를 겪으면서 지능수준이 6~7 정도 되었다. 한번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교실에서 가위바위보로 부서의 부장을 정하는 도중 지우가 친구의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혹여나 지우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지우를 멀리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방과 뺨을 맞은 친구 어머님에게 전화를 드려 설명을 드렸다. 다행히 친구가 4학년 때에도 지우와 같은 반이어서 사정을 이해해주셨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죄송함과 속상함에 한참을 울었다.

어떻게 하면 지우를 아이들이 같은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배려해줄 있을까. 답을 나는 학급경영에서 찾고자 했다. 먼저 아이들에게 행복두레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두레는 나의 교육철학이 담긴 우리 애칭이다. 서로서로 도우며 즐겁게 생활하는 조상들의 마을단위의 협동조직이었던 두레라는 이름에 행복을 가득 길어 담아 올릴 있는 두레박과 같은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아이들은 애칭을 맘에 들어 하며 뜻을 받아들여주었다. 행복두레 안에 작은 두레들을 조직해서 협동과 배려라는 가치아래 두레살이를 했다. 두레원끼리 돌려쓰는 두레일기, 비빔밥 해먹기나 높이 쌓기와 같은 협동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나보다 우리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도왔다. 또한 학부모 교육과정 설명회를 통해 부모님들께도 학급 상황을 알리고 이해와 도움을 구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형이나 오빠처럼 보이는 지우를 부담스러워하고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점차 함께 생활하면서 지우를 배려하고 도와줘야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주었다. 3월초 교실에서 뛰어다니거나 놀이를 하는 경우 반의 학급 분위기를 위해 교사로서 지적을 하고 주의를 주어야 하는데 말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 순간이 있었다. 바로 교실 뒤편에서 친구들이 지우와 함께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사진은 지금 봐도 흐뭇한 미소가 새어나온다. 농구나 축구를 좋아하는 지우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혈기왕성한 남자친구들이 언뜻 방해가 같은 지우를 껴서 같이 놀아줄까 처음엔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다른 반과 축구 시합 지우의 돌발행동으로 싸움으로 번질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을 막으며 지우를 보호한 우리반 남자친구들 덕분에 참으로 든든하기도 했다. 



서로 돕기가 자연스런 아이들


행복두레 7기와 함께 생활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번째는 바로 야영이었다. 지우는 체력이 약해 현장학습을 따라가본적이 별로 없었다. 하물며 야영은 1 2일이고 체력훈련을 하는 프로그램도 많은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어 지우 부모님도 담임인 나도 지우의 참여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야영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너무 강해 반나절만이라도 참여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지우를 챙겨주어서 프로그램을 따라갔다. 중에 협동시소라는 있었다. 협동시소는 커다란 쇳판에 아이들이 모두 올라가서 양쪽으로 움직이며 중심을 잡는 훈련이다. 지우가 혹여나 다칠까봐 염려되어 빼고 하려고 했는데 지우와 아이들이 원해서 난간을 붙잡고 안전하게 있으라고 당부하며 어쩔 없이 참여시켰었다. 그런데 행복두레 녀석들 요리조리 움직이며 협동시소를 완성시켰다. 보기 좋았던 꺅꺅 소리 지르던 여자친구들이 지우가 안전하게 난간을 붙잡고 있을 있도록 도와주던 모습이었다. 장면도 사진으로 찰칵!!

번째는 학기말 학예회였다. 우리 학교는 반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서 악기나 콩트, 같은 프로그램을 스스로 짜서 부모님들을 초대하여 무대에 올린다. 지우는 태권도를 하겠다고 했다. 물론 지우의 태권도는 보통 아이들의 태권도 무대와는 달랐다. 지우의 태권도 리허설을 보고 클론의 쿵따리샤바라라는 신나는 곡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주었다. 지우의 태권도를 지켜보던 아이들과 함께 곡에 맞추어 박수를 쳐주자 지우의 무대가 더욱 빛이 났다. 함께 무대를 즐겨주시던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이 한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지우를 응원해주던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글을 통해 행복두레 7 아이들과 함께 년을 되돌아볼 있어서 행복하다. 교직경력에서 무엇과도 바꿀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보람된 경험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지우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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