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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 | 연재 [문화저널]
[우리 음악에 쓰이는 말] 귀명창
소리꾼의 든든한 받힘이자 비판자
최상화(전북대교수 한국음악과)(2015-05-21 16:38:58)


 귀명창은 듣는 명창이다. 자신이 직접 소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소리 속을 잘 아는 청중, 장단고 곡조, 성음과 이면(裏面) 등 판소리의 모든 것에 능통한 청중을 일러 귀명창이라고 하는 것이다. 소리는 입으로 하는 것이니 귀명창이라는 조어(造語)는 잘못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판소리계에서 귀명창이라는 말은 전통 사회에서부터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온 용어다. 뿐만 아니라 귀명창은 소리 명창의 든든한 받힘이자 날카로운 비판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판소리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

 소리판은 소리꾼, 고수, 청중이라는 3대 인적 요소로 꾸며진다. 아무리 뛰어난 명창과 고수가 꾸미는 소리판이라도 그것을 들어주는 청중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판소리 공여은 대개 무대와 객석이 동일 선상으로 연결된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 졌다. 그리고 관객들은 추임새를 통해 소리꾼과 고수의 공연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함께 소리판을 꾸민다. 따라서 청중은 판소리의 단순한 감상자적 역할을 뛰어 넘어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공연자(共演者)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귀명창이 많이 있는 지역에서는 소리꾼의 소리도 더욱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다. 소리꾼은 자신의 소리 속을 꿰뚫어 보는 귀명창, 적절한 추임새와 정당한 비평을 아끼지 않는 귀명창들의 조언을 통해 보다 높은 소리의 경지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판소리가 성행한 곳에 귀명창들의 조언을 통해 보다 높은 소리의 경지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판소리가 성행한 곳에 귀명창이 많음은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 전북 지역은 판소리의 발흥지 답게 귀명창이 많은 곳이다. 어설픈 소리꾼에게는 가장 곤혹스러운 곳이고, 반면에 득음함 명창에게는 가장 즐겨 찾고 싶은 곳이 우리 지역인 것이다. 우리가 비록 소리 명창은 못되어도 귀명창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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