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8.1 | 연재 [옹기장이 이현배 이야기]
소똥으로 질그릇 빚은 순임금
이현배(2015-05-22 09:42:06)


 큰 애가 즐겨보는 「맹꽁ㄴ이 서당」이란 만화책을 보게 되었다. 내용 중에 글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학동들이, 새의 발자국을 보고 한자를 처음 만들었다는 '칭허'라는 이를 원망하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그 만화책을 보면서 옹기일로 학동시절이 생각나 크게 공감하며 많이 웃었다.

 옹기일로 학동시절, 일이 힘들면 "어떤 인간이 옹구란 걸 만들어 가지고 이 젊은 사람 팔자를 이 지경이 되게 하였을까?"하는 소리를 실없이 많이 했드랬다. 그러다 한번은 같이 일하던 영감님께 물어봤다. "누가 옹구를 만들어 세상에 내놨데요?"라고. 그랬더니 뜻밖에 대답이 나온다. 당신도 옛날 어른들께 들은 소리인데 순임금이 만들었다 한다.

 옹기그릇을 만드는 연장 중에 순임금 붕알이란게 있다, 큰 그릇을 만들자면 숯불을 피워 말려가면 만드는데, 하나는 그릇 바깥에다 두고 또 다른 하나는 숯불을 깡통에다 담아 천정에 매단 채 그릇 안에다 둔다. 이때 숯불담긴 깡통의 무게를 잡아주느라 다른 쪽에다 흙을 뭉쳐 붙이게 되는 데 그게 손으로 쪼물딱거린거라 영락없는 붕알형상이다. 그걸 순임금 붕알이라 한다.

 그 순임금이 그릇을 얼마나 잘 빚었는고 하니 길가의 소똥을 가지고도 그릇을 그럴싸하게 빚었다 한다.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순임금 각시의 묘기인데, 순임금이 금방 소똥으로 빚어논 그릇을 순임금 각시는 귀만 잡구서 뒤집어 놨다 한다.

 얼마전 사마천의「사기」를 쉽게 풀어쓴 책을 읽구서 순임금이 임금노릇을 하기 전에 질그릇 빚는 일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옹기장이들이 자기 좋으라고 지어낸 얘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곧 새 대통령이 행세하는 세상이 될텐데, 순임금이 소똥을 가지고도 그릇을 그럴싸하게 빚는 솜씨로 좋은 세상이 되게 하였듯이, 요상하게 돌아가는 세상꼴을 부디 바로잡아 주기를 기대해 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