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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 | 연재 [환경을 생각한다]
금강하구언을 찾는 위기의 철새들
김영옥(금강야조회 총무)(2015-05-22 15:58:41)


 하얗게 눈부신 고니떼의 우아한 날개짓, 희구조로 그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개리와 검은 머리갈매기의 고고한 자태 수만의 기러기떼가 하구언의 깊어가는 겨울을 알리려는 듯 애처롭기만한 울음소리, 유라시아 등지의 북쪽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는 수십만 오리들의 합창, 그리고 어설픈 간천사업 등으로 인해 갈수록 월동지를 잃어가는 서글픈 도요새들의 운명, 이렇게 새들의 모든 정서가 한 곳에 모아져 어우러진 모습들이 요즘 충남과 전북권을 가로지르는 금강하구언 지역의 풍경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마 우리가 살고 있기 훨씬 오래전부터 금강 하구언 지역은 국내 유수의 철새도래지로서 국내외의 조수애호가들 사이에 폭넓게 인식되어 왔었다.

 금강하구는 지리적인 면에서 짜임새있게 잘 조화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겨울철새의 월동지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조건들을 고루 갖춘 천혜의 자연생태 보고이다. 해안선을 따라 잘 발달되어 있는 광활한 갯펄과 크고 작은 저지대의 구릉들 사이로, 상류로부터 토사의 유입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생성된 거대한 모래사주가 습지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면서 각종 수서식물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래사주 등에서 엄청난 규모로 자라나는 갈대숲 역시 겨울 철새의 훌륭한 먹이와 은신처로 이용되어 왔다. 금강하구언 주변에 생성된 모래사주의 총면적은 약 420여만평 규모로 최근 농어촌진흥공사 금강사업단의 발주로 금강호의 본래 목적인 홍수의 조절과 보다 더 근본적인 농·공업 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모래사주의 준설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새들의 편안한 월동이 어느 정도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에 놓여 있다. 그러나 농진공이 담수량을 늘이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이러한 준설은 그 실시과정에 있어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문가 및 지역주민단체의 의지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필요한 의견수렴을 통해 단계적인 준설을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생태 보전을 이유로 무조건 준설을 반대하는 것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과 홍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준설과 자연 생태 보존문제를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 제시가 절실히 필요하였다. 결국 농진공은 새들의 월동지를 파괴하지 않는 차원에서의 모래사주를 보존함과 동시에 부족한 담수량을 늘이기 위한 준설방안을 꾸준히 강구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사실, 철새들의 월동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을 몇가지 살펴보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애요소로 금강 상류로부터의 수질오염이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는 점을 손꼽을 수 있다. 주변의 자연부락을 포함하여 충남과 익산 도시권의 생활 오수의 자연스런 금강으로의 유입과, 농공단지로부터의 폐수 무단 방류를 주된 원안으로 들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까지 직할하천 부지로 되어 있는 강 연안의 광활한 갈대밭은 철새가 은신하면 월동할 수 있는 필수적 요소로 최근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에 대한 몰지각함 때문에 그 갈대밭이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천부지에 대해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농지로의 전화 및 그 수용으로 인해 금강수질은 가와 바로 인접해 있는 하천 농경지에서의 무절제한 농약사용으로 말미암아 현저하게 오여모디어 가고 있다. 최근에 익산시는 웅포면 하천부지의 갈대밭을 농지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농어촌진흥공사에 수차례에 걸쳐 강력히 협조요청 한 바 있으나, 농진공의 거센 반발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현재 하천부지에서의 농업형태는 거의 불법적인 점유방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 군산시의 철새도래지를 이용한 관광화 추진방향에 있어서의 문제점 지적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군산시는 철새의 월동에 방해되는 근본적인 원인제거를 위해, 그 대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철새관찰시설을 이유로 금강하구둑과 연계하는 조망시설에 상당한 국고지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지역주민과 야생조류 보호 단체와 약간의 마찰을 빚은 바 있었다. 야생조류보호 문제에 있어서는 정말로 최소한의 관찰시설과 보호시설 그리고 효과적인 자연생태 학습장으로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시설 등을 제외하고는 필요이상의 거대한 규모의 시설투자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관련예산의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이려니와, 결국 새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들에게 경계심을 불러 일으켜 유라시아 등지에서 월동하기 위해 수천킬로를 날아와 우리 고장에 찾아든 철새들을 상식 밖으로 쫓아 버리는 행위를 자초한는 것이다. 인간의 편안한 활동을 위해 제공되는 여타의 편익시설은 새들에게 오히려 치명적인 방해물이 되기 쉽다. 사실 이 점은 군산시나 지역주민단체, 그리고 관련학계의 전문가들이 서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원만하게 해소되었으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음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금강을 사이에 두고 두 광역 자치단체가 조례규정을 무시해가면서 산림정책의 부재현상을초래한 충남 및 전라북도의 안일한 정책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96년 11일 1일부터 97년 2월 28일까지 전라북도는 전라남도와 함께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순환수렵장 운영 대상지역으로 선정되어, 수렵장 운영의 결과로 사용료 징구수입이 무려 25억여원 정도가 발생하였던 바, 이는 도 조례가 수렵장 운영 수입금 사용에 대한 우선순위를 규정한 순서에 의해 야생조수보호는 물론이고 관련연구기관 및 보호단체에 투자 및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구수입 대부분이 전라북도 재정수입이 열악한 상태를 이유로 산림보호와는 무관한 다른 목적의 용도로 전용된 사실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밀렵꾼들의 불건전한 수렵행위를 들 수 있겠다. 금강하구언 도처에서 출몰하는 밀렵꾼들은 거의가 밤납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식 밀렵을 자행하고 있다. 그들이 밀렵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도구는 각종 총기류, 창애, 올무, 덫, 함정, 폭발물, 그리고 서치와 엽견을 동반한 야간 밀렵이다. 이들의 잔인한 밀렵행위로 인해 희생되는 야생조수는 고니와 개리, 솔부엉이 등과 같은 천연기념물 조류를 비롯하여, 그 종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적인 포획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강 한가운데 떠있는 모래사주에 움막을 지어놓고 새들이 가까이 접근해 올 때까지 며칠씩 기다렸다가 대량으로 포획하기도 하며, 모터보트를 이요해 샏르을 날아오르게 한 후 다연발식 엽총으로 낙엽 줍듯이 포획하는 밀렵꾼이나 주로 새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다이매크론과 같은 맹독성 독극물을 투입하여 대량살상하는 아주 파렴치한 수법을 동원하는 사람들이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위로 날아오른 하이얀 백로무리(여름철 새)의 생명력에 가슴벅찬 감동을 받고, 강심에 무리지어 휴식하는 고니떼(겨울 철새, 천연기념물 제 201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멀리 북극에서나 볼 수 있는 빙산의 흐름을 가까이서 감상하는 듯 하기도 하며, 매년 10월 중순경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 약 20~30종류. 40만개체에 이르는 철새가, 달빛이 강물결을 수놓아 금빛으로 곱게 물들이며, 이따금씩, 바람이 갈밭을 씻기우는 금강의 신비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편의 황홀한 군무를 연출하는 장면 등, 자연이 우리 고장에 보내준 이렇듯 황홀한 축복에 젖게 된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선 경제난국까지 겹쳐 국가의 대회경쟁력 회복을 위해 환경문제는 뒤로한 채, 여타의 산업시설에에의 정책지향로 무차별한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는 사실들이 환경을 아끼고 사랑

하는 이들의 짐을 더욱 무겁게 만들게 하고있다. 사람들의 자연을 향한 관심 또한 경제력 감소 등으로 이제 불기 시작한 환경보호 물결을 거스르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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