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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 | 연재 [저널이 본다]
새해아침 손뼉을 치며치며 모두들 힘찬 첫걸음을
박남준(시인·문화저널 편집위원)(2015-05-28 17:13:00)


 당신도 혹 보았습니까. 그 밤 사람들의 마을에 아주 가까이 내려와 눈 푸르게 뜨고 있던 달. 처음알았네, 달빛이 저렇게도 푸르를 수 있다니. 열아흐레 달의 주변에 너무도 아름다운 푸르른 띠가 걸려있던 날 밤이었다. 혹 내눈이 침침해서 그러는 것일까하며 나는 몇번이고 눈을 깜박여 보고는 했다. 그 밤, 무려 오십여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던 밤이었다. 감개무량이라는 말이 그러할까. 아침의 겨울햇살은 어찌 그리 눈부시도록 투명하던지…



어느날 산을 내려가보니 IMF시대라고들 한다. 총체적 경제난국, 산중에 사는 내귀에도 소문은 흉흉하리만큼 무서웠다. 곳곳에서 밀가루며 라면, 설탕 등 식료품들을 무더기로 사재기하고 언 장삿집에서는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도 가게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곧 물건값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건 이렇게 올 수 밖에 없었던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때마다 허리띠를 조여야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의 삶이었다. 언제나 그랬었다.

 또한 그랬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예산 삭감이 이루어지는 부문은 문화예술부문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문화예술이 무슨 얼어죽을 밥 먹여주는 것이냐는 것이 항상 우리의 그 잘난 정치가들이, 경제전문가들이 사용해왔던 말이었따.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그러한 불황기에도 불황을 모르고 불야성을 이뤄왔던 것들 중에는 하나가 사치스럽고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소비유흥업종이었다. 실제로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랬다. 오히려 그런 때일수록 더욱 잘 되는게 사실이라고들 말한다. 이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속에서 그나마 정신적인 위안과 희망, 그리고 삶의 자세를 뒤돌아 보며 다시 발걸음을 추스리고 크고 작은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하는 힘들 중에 하나가 건강한 문화예술부문이 시회전반에 끼치는 여러 요소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부문을 위축시키니 극단적인 예가 되겠짐나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유흥문화에 빠져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한탕주의가 바로 그것이요, 땀흘리고 일하며 고생을 하면 뭐하나의 일의 보람이 되돌아 오지 않고 능력있는 자가 학연이나 지연, 뇌물 등의 영향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마찬가지라는 그리하여 극단적인 사고로 치닫게 되는 삶이 되기도 한다.


 새해, 새날이 밝았다. 어렵고도 힘든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두발을 굳게 딛고 있는 이 나라 그 어느 곳의 따에서도 불의가 의로움을 핍박하는 일이 다시 또 되풀이 되지 않는다면.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아픈 한숨과 무거운 신음성을 진정 사람의 따뜻한 두 귀로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정치가 구현된다면.

땀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얼굴에 밝은 희망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세상이 성큼 다가올 수 있다면.

  잘못된 구습으로 인해 소외당해왔던 이들이 어두운 그늘에서 햇볕아래 걸어나올 수 있다면.

아아 분단 조국의 땅이 그 모든 금단의 철조망을 열고 통일로 가는 가슴벅찬 길을 힘껏 내달리 수 있다면 있다면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이제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도 정치도 문화예술도 모오든 그 모오든 것들도 구습을 버리고 새롭게 이제야 말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인 것이다.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모두들 손뼉을 치며 손뼉을 치며 어꺠동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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