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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연재 [시]
손공구
이면우(2015-06-04 09:27:59)


열일곱, 처음으로 손공구를 틀어쥐었다. 차고 묵직하고 세상처럼 낯설었다 스물일곱,

서른일곱, 속 맘으로 수없이 내팽개치며 따뜻한 밥을 찾아 손공구와 함께 떠돌았다

나는… 천품은 못되었다 삶과 일이 모두 서툴렀다 그렇다 그렇다 삶과 일과 그리고

유희가 한 몸뚱이의 이름이었음을 나는 머리 칼이 잔뜩 센 나이 마흔일곱에야 겨우

짐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주 오래 움켜 쥐고 있으면 쇠도 손바닥 처럼 

따스해지고야 마는 듯


초등학교 이 학년 아이에게 공구세트를 선물했다. 지퍼를 당기는 손이 가볍게 떨고

바로 그때 아이의 탄성처럼 은백의 광채가 그곳에 떠도는 것을

나는 처음이듯 보았다





      이면우/ 대전에서 태어나 시집 『저 석양』과 동인지 『새 날』등을 통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97년 『창작과 비평』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으로는 「은사시나무의 겨울」, 「우리는 알몸으로 사계절을 껴안았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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