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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연재 [여성과 문학]
다시 시작하는 배움의 터
올 3월 개원하는 전북 중등 여성교육원
손희정 문화저널 기자(2015-06-05 17:54:10)


 우리네의 어머니들은 "여자가 중학교까지 다녔으면 황송하지, 고등학교나 대학을 가?" 라는 의식이 팽배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또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으레 딸이나 아내가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어두운 기억도 그동안 장롱 속 깊이깊이 간직해 둬야만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제 영영 공부할 기회를 놓쳐 아이들이 써내야 할 가족사항 어머니 란에 '국졸'이나 '중졸'로 기록해야 한는 씁쓸한 기분마저 덤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기분이 어머니들의 '한'일 수는 없다. 대한 기회를 놓쳐버린게 못내 아쉬운 것이다.

 도내 20세이상 60세 미만 여성인구의 47,1%가 중학교 졸업도 못해본 실정이지만 그렇다고 이들 여성을 위한 학력인정 사회교육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북도가 이런 어머니들을 위해 기회를 마련했다. 올 3월 개원을 앞둔 '전라북도 중등여성교육원'이 그것.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마주한 전북여성회관 내 '중등여성교육원'은 교육시기를 놓친 도내 여성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이수하게 해서 도내 여성의 학력수준을 높이고 자질을 향상시켜 원활한 사회문화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여성의 더 나은 삶의 질을 높여가기 위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됐다. 현재 중·고등학교에 각각 한 개 반 50명 정원으로 총 1백영의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입학에 관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이곳에는 4개 교실과 교무실 외에도 과학실, 양호실, 휴게시르 자료실 등이 설치되며 학생들을 가르칠 경력 교사들도 2월 4일까지 모집하게 된다.

 그렇지만 모처럼 찾아온 배움의 기회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고민인 여성들이 상당수.

 먼저 교육기간은 3년으로 현행 중·고등학교와 같다. 아이들 학교보내랴 가정 돌보랴 시간상의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입학식과 등학교 시간도 조정하고 있다. 먼저 입학식의 경우는 자녀들의 입학식이 있는 3월 2일을 피하고 6일로 조정했으며 교육은 아침늦게 시작해서 저녁 일찍 끝나게 돼 있어 우선 안심이다.

 어머니들은 자신에게 돈 쓰는 것을 대단히 아끼는 형편이데다 경기불화의 여파로 수업료도 걱정거리다. 중등여성교육원의 수업료는 중고등학교 수업료의 50%. 중학교 경우는 6만 6천원, 고등학교 11만 6천원으로 결정돼 부담도 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떨쳐버릴 수 없는 고민은 바로 나이. "이 나이에 다시 공부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라는 등의 고민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모집원서를 제출하고 있는 여성들은 4-50대 주부들. 일생에 마지막일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놓쳐버릴 수 없다고 용기를 낸 것이다. 망설이고 있는 주부들에게는 가족이 힘이 돼 줘야 한다. 3년이라는 교육과정을 버텨낼 수 있도록 가사를 분담하는 등의 배려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중등여성교육원 지원자격은 중학교 과정의 경우, 초등학교 동등 학력을 가진 여성이며, 고등학교 과정의 경우, 중학교 동등학력을 가진 여성이라야 한다. 원서는 2월 5일까지 접수하고 여성회관 3층 중등여성교육원과 각 시군 민원실에서 원서를 교부, 접수한다.

♠문의는 전라북도 중등여성교육원

0652-254-0336



전북중등여성교육원 조성용 부위원장

"가족들의 도움이 가장 큰 용기"


 △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중등여성교육원이 설립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쫓기듯 살아왔다. 근대화 논리에 쫓겨왔고, 중진국 탈피에 주력해야 했고, 이제 세계화 논리에 쫓기고 있다. 이렇게 쫓기고 쫓겨서 가시적인 성과는 이뤄냈지만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획일화된 교육과 경직된 사고방식이 가져온 결과다. 이를 반성하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발상을 키워가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어머니들의 교육문제도 대두됐다.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서둘러 추진하게 됐다.

 △ 어머니들은 책을 놓은 지 오래 된 분들이다. 교육방식이나 동기유발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이제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서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 상태다. 일단은 부분적으로 이 문제를 배려하고 있다. 일반 중고등학교 교과처럼 어려운 내용을 주입식으로 가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경력있는 선생님을 모집하고 교수진을 섭외하고 있으며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 배우지 못한 사회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기관으로는 전국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전라북도가 망설임 없이 추진한 이 사업으로 이제 오랜 어머니들의 한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며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설치된 교육기관이다. 여성교육원 설립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의 주부들의 문의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지만 입학을 허용할 수는 없는 상태다. 전북을 시작으로 이같은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 교육기회는 왔지만 주부들의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이는데.

▲ 주부들의 교육문제는 어머니 개인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합심하고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3년이나 되는 교육기간 중 이탈이 없도록 주부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들도 망설임없이 참여해 준다면 전라북도가 책임지고 졸업장을 안겨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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