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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연재 [먹거리 이야기]
아름다운 초대
김두경(서예가)(2015-06-09 11:02:20)


 한 세상 살다보면 초대 받을 일도 많고 초대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작게는 생일 초대부터 결혼이나 회갑 같은 일생에 한 번 치르는 경사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애사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생에 한 번 있는 그런 일들 말고라도 친구 친지들과 한 번씩 만나 정을 나누자는 계모임도 있고, 결혼 후 신접살림을 공개하기도 하면 새로 집을 마련하여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하는 집들이도 있습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입니다. 특히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이러 날이나 되어야 목구멍에 기름칠이라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잘 먹고 즐겁게 노는 데에만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실 것입니다. 결국 초대한 사람의 사는 모습을 보고 정을 나누자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옛날에는 외식 문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당연히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집에서 치뤄 냈습니다. 가까운 친구 친지는 물론 이웃집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음식 준비도 하고 청소도 하며, 그 집의 깊은 속까지 서로 알게 되었지요. 어찌보면 번거롭고 불편한 일만같이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깊이 알게 된 만큼 정도 또한 깊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각종 잔치도 더 많아지고 화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는 그 옛날만큼 깊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식 산업의 발달로 웬만한 행사는 집 밖에서 치뤄지는 까닭도 이유일 것입니다. 심지어느 ㄴ사는 모습을 엿보고 싶어 부추기는 신혼살림의 집들이나 새집을 마련하고서 하는 집들이 마저도 번거로움이나 협소함을 이유로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지만 점점 보편화 되어가는 것이 추세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요즈음에는 집으로 초대하더라도 그 집 주부의 솜씨를 통하여 마음을 볼 수 있거나 정을 나누기도 쉽지 않습니다. 웬만한 음식은 전문가의 솜씨가 가정까지 배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는 집이나 상차림이 비슷해집니다. 누가 돈을 더 들였느냐에 따라 양이나 가지 수가 달라질 뿐입니다. 이런 음식을 사람들은 맛있게 먹고 돌아앉아 고스톱을 핍니다. 재떨이가 미처 준비되지 않았으면 밥상위에 담뱃재를 털며 고스톱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무식한 세상에 정을 나누는 이야기 길게 한들 들릴까 싶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텃밭에 고소가 탐스럽게 자랐습니다. 눈이 소신 날 오십시오. 고소 간장에 김장김치 숭숭 썰어 빚은 왕만두 먹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은 분 모두."

여러분 이런 초대가 그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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