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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 연재 [[야생화이야기②] 한송이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삶]
아름다운 땅에 사는 전라도의 꽃들
선병윤 (전북대 교수·생물과학부)(2015-06-18 15:19:53)


 전라북도는 지형적으로 동남부의 산지와 서북부와 평야 그리고 서해안을 따라 넓게 펼쳐있는 간석지, 고군산 군도와 위도, 어청도 등의 섬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나라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가장 다양한 식물의 삶터가 펼쳐져 있다. 산지의 경우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식물자원이 풍부하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즉 국립공원으로는 지리산, 내장산, 덕유산, 변산 반도 및 선운사의 5개 지역이 그리고 도립공원으로는 모악산, 마이산 그리고 대둔산 등 3개 지역이 지정되어 있다.

 특히 남서 해안지역은 서해의 난류 영향으로 난대성 식물들이 그리고 내륙 지역은 온대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식물들이 많이 생육하고 있다. 따라서 전라북도 지역은 많은 난대성 식물의 북한계가 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대성 식물의 남한계가 되고 있어 우리 나라 전체를 볼 때, 야생 식물의 삶터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내변산의 내소사와 위도 지역은 제주도나 식물 종류들인 동백나무나 사스레피나무, 멀꿀, 목본 식물과 콩짜개덩굴, 애기석위, 참쇠고비 등과 같은 상록성 양치류들이 많이 생육하고 있다. 특히 내변산이 분포의 북한계가 되는 종류들은 검노린재 나무, 좀딱취, 봉의꼬리, 애기도자리, 남오미자 등과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 등이 있으며 이중 꽝꽝나무와 호랑가시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또한 내변산 지역에서는 95년 필자에 의하여 무엽은난초와 털타래 난초 등 난과에 속하는 2종류의 미기록 식물이 발견된 바 있다. 이외에는 내장산의 굴거리 나무, 모악산의 털조장나무 등 분포의 북한계가 되어 학술적으로 중요한 식물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 400여종의 특산 식물 중 약 60여 종류가 전라북도 에서 살고 있다. 이 중 내변산에 살고 있으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는 자랑할 만하다. 미선나무는 세계적으로 1속 1종이 있는 우리나라 특산속이다. 처음 발견된 곳은 충북 괴산군이었으나 최근에 내변산에서 가장 큰 군락이 발견된 바 있다. 꽃의 모양은 개나리와 비슷하고 또 개나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피지만 꽃의 색이 하얗게 개나리처럼 많은 꽃을 달지 않는다. 특히 열매가 부채 모양으로 형태가 특이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식물의 이름도 열매 모양을 따서 아름다울 미에 부채선을 써서 미선나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우리나라 특산속으로 전라북도에서 분포하는 종류가 모데미풀이다. 전북 남원운봉의 모데미골에서 처음로 발견되어 식물 이름도 모데미풀이라 붙여진 종류이다. 이제 조금 뒤면 덕유산이나 지리산 계곡의 양지바른 곳에서 흰새의 꽃을 피울 것이다. 칩엽수인 구상나무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나무의 질이 우수하고 수관이 화려한 한대성 식물이며 남부고산지역인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에서만 살고 있다. 지리산 반야봉의 구상나무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중부 이북의 설악산이나 오대산같은 지역에는 구상나무 대신 전나무가 살고 있다. 이외에 뱀사골 부근에서만 살고 있는 털히어리, 내소사 부근에 생육하는 것으로 보고된 애기도라지, 내장산의 백운란과 애기천마 그리고 고군산군도의 뚝마타리 등이 전국적으로 전라북도에만 발견되거나 혹은 전라북도가 삶터의 북쪽 한계선이 되는 우리의 매우 귀중한 식물 종류들이다.

 앞서 서술한 대로 전라북도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비교하여도 뒤지지 않는 식물들의 다양한 삶터와 많은 종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삶터가 나름대로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자연의 질은 매우 우수하며 이를 지키고 보전하는 우리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연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에 의해 사라져가는 갯벌이나 수질의 오염, 산지의 파괴를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진정 우리 인간과 자연이 공존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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