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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 연재 [먹거리이야기]
밥그릇도 문화다
김두경(서예가)(2015-06-18 15:34:41)


 대개 사람들은 도시에 살면서도 시골생활을 그리워합니다. 물 좋고 산 좋고 공기도 좋을 뿐 아니라 한가롭고 정겨워 살기 좋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좋으면 시골 살지 뭣 하러 도시에 사느냐고 물으면 답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좋으면 시골 살지 뭣 하러 도시에 사느냐고 물으면 답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전원 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아이들이 어리니까 아이들 교육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가 문화생활을 못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시골 생활을 하려면서 돈이 없다는 사람은 시골 생활을 무슨 별장 생활로 생각하는 사람이니 말 할 것도 없지만 조시 아파트 한 채 값이면 왠만한 곳에 땅사서 집짓고 차까지 사고도 남을 수 있습니다. 꿈같은 전원 별장생활을 꿈꾸는 까닭에 돈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아이들 교육 문제도 진정한 교육이 뭔가를 생각해보거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닌 동행이라고 생각하면 의미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문화생활도 그렇습니다. 도시에 산다고 날마다 공연장 가고 전시장가는 것은 아닐테고 어차피 날잡아서 가는 것인데 시골이라고 그것이 어려울 것 무엇이겠습니까. 문화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공연장에 가고 전시장에 가는 것은 분명 문화생활입니다. 그러나 가는 것 자체가 문화생활은 아닙니다.

 그 문화를 접함으로써 보다 풍요롭게 슬기로운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문화 아닐런지요. 생활가 문화가 한몸이 될 때 진정한 교육도 이루어지고 그것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엄청난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손내 이현배 仁足이 큰 선물을 하셨습니다. 우리집 밥상에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겨울용 밥그릇은 물려받은 놋그릇을 사용하여 그런대로 무게를 가졌지만 늘 아쉬웠던 것이 반찬그릇이었는데 밥상위에 옹기를 올려 놓으니 이제 됐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정겹고 도타운 그릇에 밥먹으며 자라는 내 아이들은 결코 메마르고 가벼워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가슴 소담했고 투가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좋은 그 투가리에 동치미 떠놓고 먹는 멋을 알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모두 제 얼굴 내기에 바쁜 세상에 빤질거리는 사기 접시들의 뽐내는 마음이 아닌 현배의 소박하고 깊은 마음이 우리의 핏줄로 녹아들어 우리가 소박하고 깊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고 동행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살아 숨쉬는 문화 아니겠습니까. 오늘 우리의 밥상에 어떤 그릇이 자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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