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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 연재 [옹기장이 이현배 이야기]
'물'과 도랑사구,그 이름에 얽힌 사연
(2015-06-18 17:20:46)


 아들놈에게 편지가 왔는데 친구하자는 것이다. 내용 중에 "근데 니 이름이 왜 '물'이니?"라고 묻는게 있다. 아들놈 답장 쓰는 걸 보니 '그럼 니 이름은 왜 OO이니?'라 한다. 그 동안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았을텐데 매번 당혹스럽고 이제껏 좋게 대답을 못했나보다. 이 애비가 지어준 이름이니 내 설명해줘야겠다.

 무진장(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의 가운데쯤 되는 장계에서 낳고 자란 나는 가슴속에 뭔지 모를 것이 들어있었다. 이 놈을 내뱉어보자 하면 공허하고 가만 앉혀보자면 답답했다. 뚝아래 살아 뛰쳐나가 뚝 위에 올라서면 트임이라는 게 바로 앞 냇가에서 흐르는 물과 방송용 수신탑의 깜박이는 전등불이었다. 그러나, 방송용 전등불은 비행기 충돌 방지용이라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깜빡임이 사람 약올리는 것 같아 싫었다. 그래 하루는 그걸 깨뜨리겠노라고 철조망을 넘고 넘어 가깝게 접근했다. 그러다 어려서부터 그 철탑에서 페인트칠을 하다가 혹은 전구를 갈려다가 여럿 죽었다는 전설같은 얘기를 들어왔기에 겁이 나 돌아섰다. 그래 내게는 '물'만이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물이 어디서 비롯되어 어디로 흐르는지 궁금했고 언젠가는 그 물길을 함께 해보겠노라고도 했다. 장수군과 진안군 사이에 있는 팔공산이 장수쪽에서 금강을 발원하고 진안쪽에서 섬진강을 발원한다는 것을 알면서는 그 산 가까이서 살아야겠다고도 했다. 그래 첫애를 가졌을 때 이미 '물'이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그릇 중에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각별하다.

 

도랑사구

 

 손내마을 물 아래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바로 그 섬진강을 손내마을이 있는 백운면의 다미샘에서 발원하고 있기에 우리에게는 저 또랑(도랑)물인 것이었다.

 처음 덕치초등학교에서 만난 김용택 시인과 함께 물을 봤을 때 저 정도를 강물이라 읊었나 했다. 그 물도 그리 큰 물은 아니었으니까. 이제는 옹기를 통해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이 크기와 부피에 있지 않고 깊이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물건 귀(사구)를 달아 '도랑사구'가 되었다. 물을 담는 게  '내 마음의 깊이'에서 나오는 거구나 하고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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