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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 연재 [건강교실 ]
흡연권의 남녀평등(?)
여성의 흡연에 대하여
두재균(전북의대 교수·산부인과)(2015-06-18 17:36:47)


 필자가 의과대학 본과 1학년 해부학 실습을 할 때의 경험이다. 해부실습용 시체를 해부할 때 흉곽내 폐를 본적이 있었는데 검게 그을린 색깔의 폐가 있는가 하면 어떤이는 분홍색의 폐를 가지고 있었다. 그 차이는 다름 아닌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차이 때문이다. 흡연자의 폐는 검은 색의 아스팔트 가루 같은 것이 온 폐속에 검정 깨를 뿌려 놓은 것같이 퍼져 있었고 조직 자체가 경화되어 있어서 굳은 생고무를 연상케 하였다.

 이처럼 폐를 굳게 만들고 검게 만드는 것은 일반적으로 담배징이라고 불리우는 흑갈색의 타르이다. 담배가 우리 건강에 주는 해독의 대부분은 바로 이 타르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에 의한 것이다. 타르는 적은 양으로도 작은 동물이나 곤충을 죽일 수 있을 만큼 맹독성이 있는 물질이며 담배를 피울 때 이 타르는 담배연기를 통하여 폐로 들어가서 혈액 속으로 스며들고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전달되어 온 몸의 장기에 해를 주며 잇몸이나 기관지 등에 직접 작용하여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설암, 기관지암, 폐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담배의 연기 속에는 상당량의 일산화탄소가 함유되어 있다. 이 일산화탄소는 지금은 가스나 석유에 의한 에너지로 많이 대체되었지만 바로 1960~70년대에 난방과 연료의 주역이었던 연탄을 태울 떄 나오는 연탄가스 중에서 가스중독으로 수많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갔던 바로 그 물질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마치 연탄 아궁이에 코를 대고 만성적으로 연탄가스를 맡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 일산화탄소에 의한 혈액산소운반 능력의 감소로 인해 저산소증과 조기노화현상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방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 설 먹은 연탄가스 중독환자처럼 속이 미식거리고 두통이 오는 이유를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도 이제는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타르처럼 일산화탄솔ㄹ 제외한 기체 속에는 수 많은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담배 하면 뺴 놓을 수 없는 물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니코틴 성분이다. 이 니코틴은 아편과 같은 수준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성 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증상 즉 불안, 초조, 분노, 우울, 불쾌감, 불면증, 욕구불만, 식은땀, 주위집중곤란, 손발의 떨림 등의 증상들이 바로 이 니코틴에 의한 마약성질 때문이다. 이 니코틴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일으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가 하면 의궤양까지도 일으킨다.

 이처럼 우리 건강에 해로운 담배의 독성화학물질로 구별되는 타르, 기체성분, 니코틴 속에는 약 4,000여종의 기타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흡연권의 남녀 평등을 주장하면서 30여명의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위를 벌였다 한다. 어디 이게 독성물질인 담배를 피우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남녀평등을 주장할 일이나 되는가하고 그 분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주장해야 할 일이 따로 있지 담배 피우는 것을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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