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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 연재 [커피 청년의 별별여행]
내 인생의 밑그림
열두번째 이야기
김현두(2015-12-15 09:47:20)

 

 

 


인도여행을 할 때입니다. 50일간 인도를 여행하기로 마음먹고 비행기 티켓을 마련했습니다. 매일 여기저기 여행이나 하던 거지 여행하던 놈이 돈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그저 여행하면서 보낸 4년 넘는 시간이 내게 준 용기 때문에 티켓을 저지르고 떠났을 뿐입니다. 그 인도여행의 마지막 즈음을 기억하며 오늘은 글을 써봅니다.

 

우다이푸르(Udaipur)라는 도시를 참 좋아했습니다. 수많은 한국여행자들이 만들어 놓은 편안함도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한국말 한마디 던질 줄 아는 인도인들과 한국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했습니다. 반가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피춀라호수(Pichola Lake)를 중심으로 한 도시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강가 다리 너머에 작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습니다. 3일 동안 강가가 보이는 숙소에서 혼자서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창가에 앉아 사진도 찍었습니다. 매일 같은 모습으로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허기가 지면 일어나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하루는 한국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죠. 이역만리 떠나와서도 편안함을 찾고 매일같이 SNS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내 여행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나의 시간을 나누고 그들이 좋아해 주면 나는 또 그 것을 무기삼아 힘을 얻기도 했죠. 그러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타인의 아우성에 젖어 나를 포장할까 두려워지기 시작했죠.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 것이 점점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신에 대한 신념조차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면 나는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찌 SNS에서의 모습만 그렇겠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때론 '포용'이라는 거짓말로 다수를 품으려 하지만, 나는 내안의 몇몇(소수의)을 품더라도 진심과 사랑이 존재하는 '포용'을 하고 싶습니다. 다수가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는 있지만 내 삶의 대부분은 내가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사람들은 '포용'과 '다름'을 인정한다며 세상 앞에 대인배가 된 척 살아가려한다.

내 주위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가난한 자, 방황하는 청소년, 마음에 병이든 자, 갈 곳이 없어 해매이며 때로는 목숨마저 끊으려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며 살고 있다. 모두가 소수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쪼개고 쪼개서 나누며 사는 친구들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예수와 붓다들이 이 땅위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면 내 옆에 소중한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에서부터 진실한 나눔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침이면 호숫가에 나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즐비했습니다. 가장 경관이 좋은 곳에 이젤을 펼치고 한손에는 붓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그들이 가장 목 좋은 곳에 있었죠. 피춀라호숫가(Pichola Lake)에는 빨래하는 여인네들과 수영하고 목욕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 레스토랑과 카페들도 뒤 섞여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들 사이로 그림을 그리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일 아침이면 그곳에 나와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힐끔 훔쳐보기도 하면서 매일 아침이면 그 사람들을 만나러 호숫가로 향했습니다. 글을 쓰기도하고 사진기로 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내일도 그들은 또 다시 호숫가에 나와 있겠죠? 나는 또 그들을 담고 있을테고요? 그저 소박한 하루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여행이 좋습니다. 여기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합니다. 

 

그림을 그립니다.

나의 인생에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려 그 위에 색을 칠 하는 일,

나는 지금 고작 밑그림을 그리고는 지쳐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다 이루었다고(이룬 것처럼) 자만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화가가 될 순 있지만,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그려 낼 인생의 화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그림을 그립니다.

비록 밑그림을 그리는 매일이라도 말입니다.


마지막원고까지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신의 하루가 거울이 되어 자신을 비추는 삶이길 기도합니다. 우리의 하루가 여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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