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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만남 속에 숨겨진 선물같은 순간
최서영(2015-12-15 09:54:05)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는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로 글을 열어 보았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만남, 오랜 세월 마음을 나누는 진심어린 만남, 어찌할 수 없는 힘든 만남, 내 삶에 잊을 수 없는 귀한 만남 등 우리의 삶에는 참 많은 만남들이 있습니다. 교사와 아이들은 서로를 어떤 만남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매년 3월이 되면 교사와 아이들은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합니다. 이 만남은 아이들은 물론 교사에게도 설레는 일이며, 동시에 무척 긴장이 되는 일입니다. 만약 만남에 무게가 있다고 한다면, 교실 속에서의 이 만남이 교사와 아이들에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난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동안, 교실 안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습니다. 그 속에서 교사는 아이들을 알아가고, 아이들도 교사를 알아갑니다. 서로 부대끼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기도 하고, 때론 상처 받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알아갑니다. 깊이 있게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그 아이의 생각과 마음, 더 나아가 성장과정과 그 배경을 알게 되면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행동들이 이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결코 가벼운 만남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바쁜 학교에서 한명의 교사와 다수의 아이들과의 만남은 서로를 깊게 알아가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 명 한 명 아이들을 그 존재로 보며 깊게 만나려고 노력 할 때 조금 더 무게감 있는 만남이 되고, 그 무게가 커지는 만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노력하였지만 좋지 않은 결과로 헤어짐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교사와의 좋은 만남이 처음 맛보는 따뜻한 경험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따뜻한 만남의 경험, 사랑받는 경험, 공감의 경험, 존중의 경험, 격려의 경험 등을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은 누군가와 만나고, 관계 맺고, 공동체를 이루는 일이 너무나 낯설고, 어렵습니다. 관계, 경험, 감정의 결핍이 교사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해소되고 채워진다면 그 만남을 계기로 다른 좋은 만남에 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아이들의 삶이 훨씬 더 따뜻하고,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사회가 진심이 통하지 않고,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처럼 가면을 쓴 것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가득한 세상인 듯 여겨질 때는,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교사도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1년 혹은 그보다 길거나 짧은 만남 후, 다시금 교사를 찾아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마운 마음을 느낍니다. 교사를 기억해주고 밝은 얼굴로 찾아와 '보고 싶었어요.'라고 외쳐주는 그 아이들 속에는 진심을 드러내는 것과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던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진심어린 만남을 위한 노력의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이것은 저에게 정말 커다란 선물이 됩니다. 이 선물은 무거운 만남들로 지친 저를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게 해줍니다.
나태주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저는 이 시가 참 좋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할 때 아이들에게 한 말을 옮겨 쓴 시입니다. 만남의 깊이와 가치를 아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사랑스럽고 너무 예쁩니다. 사랑이 넘쳐,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깊이 만나면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남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아프기도 하고, 참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이 중요하고, 귀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올해의 만남을 최선을 다하고, 또 내년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합니다. 12월입니다. 따뜻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웃으며 남은 시간들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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