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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 | 연재 [공간 이야기]
카페에서 책을 읽고 서점에서 커피를 마신다
(2016-01-15 10:50:35)

 

 

 

'북 카페'는 이미 친숙한 공간이다. 책을 읽는 일의 자세와 마음을 생각하면, 차 한 잔과 잘 어울리다 보니 북 카페 라는 공간은 당연한 셈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생겨난 북카페의 다양한 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막상 찾아나서면 그리 흔하지도 않은 공간이다. 어느 카페에나 들어가 책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책을 읽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에서 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지역의 북 카페 두 곳을 찾았다. 카페를 운영하다가 수 천 권의 책을 들인 곳과 서점을 운영하다 카페를 들인 곳이다. 이 곳을 운영하는 두 주인장 모두 중년의 여성이다.
'그냥' 좋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은 책을 관통하고 있었고, '읽을 때 어떻게' 하는지 고민했다는 말은  책 읽는 일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군산커피가게 주소 | 전북 군산시 수송안길 15

커피볶는 냄새와 오래된 책 냄새가 어우러지는 곳
문을 열고 들어서자 2층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몇 권이나 될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높은 곳의 책을 꺼내볼 수 있도록 마련된 사다리는, 마치 유럽의 영화에서 봤음직한 느낌. 여러 명이 한데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은 마치 도서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군산에 있는 유일한 북카페 '군산커피가게', 그리고 이곳을 운영하는 바리스타 김미영 씨(50세)다.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도 힘들었을 터. 책장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갖고 다니면서 읽질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우리나라의  책들은 대체로 무겁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책 읽는 이들은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러 나온 길에서, 오솔길 벤치에서 문고본을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책 읽는 습관이 배어있다. 그래서 이 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편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었으면 해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다"
북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냥' 책을 좋아해서. 그렇지만 그냥 책을 좋아한 것치고는 4,000권에 달하는 책을 한 번에 구하는 것도, 관리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의 종류도 다양했지만, 외국서적도 눈길을 끌었다. 
"1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읽고, 모아온 책들이 2,000권에 달했다. 그래서 어떤 책은 제가 보면서 밑줄 긋고, 낙서를 한 책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2,000권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구입을 했다. 인문서부터 여행, 미술, 건축, 디자인, 요리 등 다양한 책들을 구입했다. 지인들이 준 책들도 많다"
실제로 군산 미군기지의 미군들도 종종 이곳을 찾아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책들의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책 관리가 사실상 어렵고 힘들다. 읽고 그냥 가져가는 손님도 간혹 있다. 옛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니까 너무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마음을 푼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으니까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냥' 좋아야 할 수 있다 
그가 바라는 커피가게의 공간은 단순명료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읽다가는 것. 실제 하루 오는 손님 중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젊은 엄마 손님이 꼭 있다고.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은 이 곳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이들은 바로 대학생들이었다.
"군산대학교 앞에 서점이 없다. 교내에 전공서적만 파는 서점만 있을 뿐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 우리문고나 한길문고가 있긴 하지만 대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점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우리 가게가 책을 파는 서점이 될 수는 없지만, 대안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 카페보다 조명을 더 환하게 했고, 긴 테이블을 놓은 이유도 학생들의 스터디 모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수 천 권의 책을 소장하고,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는 그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책이 저한테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책 읽는 것이 그냥 좋다. 그렇게 책을 읽어 버릇 하다보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책을 사면 연도를 적어놓는다. 그러면서 나중에 추억을 그릴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순간순간의 메모리가 되는 것 같다"

 

 

 

 

부안 홍익서점 주소 |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석정로 233

유일무이한 부안의 책다방
부안에는 총 3곳의 서점이 있다. 그중 북카페를 겸한 카페는 홍익서점 단 한 곳뿐이다. 군 단위 서점이 북카페의 형태로 변형된 곳은 찾기 어렵다. 부안 홍익서점 공간의 반절은 카페고, 반은 책이 있는 공간이다. 서점과 카페를 겸한 곳이다. 그 경계를 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동네 분들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부터, 교복을 입고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는 여학생, 하얗게 샌 머리를 한 할머니까지 홍익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대접 같은 찻잔에 가득 담겨져 나오는 차와, 넉살 좋은 인사를 건네는 이 곳의 여주인 김애정 씨(50세).
시댁에서 1999년부터 운영해오던 서점. 서점만 운영하는 집안으로 시집 온 김애정 씨 내외가 운영하는 홍익서점이 부안에 처음 생겼다. 지금의 자리가 원래 서점의 자리가 아니었고, 업종도 장난감 가게였다. 출·퇴근길에 매번 바라고 또 바랐다. '꿈꾸는 다락방'이란 책을 읽으면서 매일같이 꿈꾸고 노력했다. 홍익서점 주인장 김애정 씨는 장난감 가게였던 그 장소를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읍내에 자리한 서점이 북카페로 변한지는 올해로 2년차가 됐다.
"시집오기 전까지는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서점 일도 구멍가게 같은 소일거리로 생각했다. 시댁에 서점을 운영하는 아들들이 다섯이면, 며느리들도 다섯인데, 그 중에서 나 스스로 약간의 자격지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 내가 더 잘 해야지라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그렇게 책과 함께 서점운영을 계속 하다 보니 내가 달라지더라. 이 책이 사람을 바꾸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느꼈다. 기계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같다"
서점이 북카페로 변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걸 시작하느냐, 마느냐하는 고민부터 남편의 동의를 얻고, 서점과 카페의 공간을 어떻게 운용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까지. 많은 고민이 애정 씨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고민 때문에 살이 7kg이 빠졌다고.

 

다 똑같은 서점, 그 안에서 변화를 일궈내다
"서점은 차별화를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책이 다 똑같기 때문이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책도 보고 향긋한 차 한잔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안에 생기면 어떨까.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가 있는 샵인샵 형태로 운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처음 1~2년은 정말 힘들었고, 남편과도 많이 싸웠다. 서점하고 카페를 어떻게 해야 잘 분리시킬 수 있을까.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서점은 서점대로 이용할 수 있고, 카페에 차 한 잔 하러 오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공간에서 두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그게 참 고민스러웠다"
그런 애정 씨의 아이디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사랑방처럼 찾는다. 어떤 손님은 결혼과 동시에 자신이 모아왔던 책들을 북카페에 기증을 했고, 다른 손님은 자신의 레코드판을 많은 이들과 같이 듣고 싶다며 선뜻 내놓았다. 작은 동네 책방의 '변신'이 손님들로 하여금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물었다.
"감동을 주고 싶다. 제가 '감동'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감동을 받아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집을 와서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는 제 삶이 정착되어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서점을 하면서 방황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던 것 같다. 우리 북카페에 온 손님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아닌, 무언가 감동을 주는 사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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