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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 | 연재 [TV 토피아]
걸그룹 '여자친구'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박창우(2016-03-15 11:30:06)





여자친구의 흥행세가 심상찮다. 지난 연말 각종 가요 시상식의 신인상을 싹쓸이 한 여자친구는 데뷔 1년 만에 가요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걸그룹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는 한 달이 넘는 지금까지도 음원사이트에서 힘을 발휘하며 여자친구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간 아이돌 시장에서 주류로 군림해온 걸그룹은 대부분 대형 기획사의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왔다. 오죽하면, '기획사 버프'란 말이 생겨났겠는가. 이들은 출발선이 다른 만큼, 성공이라는 결승점에 도착하는 데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경쟁에서 낙오된 걸그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데 있다. 보다 더 자극적인 안무와 노출을 앞세워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이름부터 알리는 전략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 여자친구의 생존전략, 나아가 이들의 성공은 괄목한 만한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왜냐하면, 그 흔한 섹시콘셉트나 노출 혹은 외모가 아닌, 걸그룹의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춤과 노래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데뷔곡 '유리구슬'부터 시작해 '오늘부터 우리는'을 거쳐, '시간을 달려서'까지. 이들이 하나의 일관된 콘셉트를 가지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변신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무리한 도전을 일삼는 몇몇 걸그룹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억지로 벗을 필요 없고, 일부러 망가질 필요도 없다. 그냥, 잘하는 걸 하면 된다. 가장 자신있는 걸 보여줄 때, 더 빛나는 법이다. '수저계급론'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진짜 실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일 것이다. '흙수저의 반란'을 보여주고 있는 여자친구는 바로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실력이라 함은 가수로서의 실력이 아닌 걸그룹이라는 하나의 문화콘텐츠로서의 힘을 뜻한다)

여자친구 이후로도 수많은 걸그룹이 아이돌 산업이라는 레드오션에 뛰어들 것이고, 결국은 소수만이 성공이라는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전자는 실패의 원인을 낮은 인지도에서 찾을 것이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섹시콘셉트로 전환하거나 노이즈 마케팅의 유혹에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력이다. 노래와 춤이 좋으면, 조금 늦더라도 결국 빛을 볼 수 있고, 기획사가 작더라도 대중이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결국,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트렌드의 획일화와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다.

아이돌 산업도 하나의 문화다. 문화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걸그룹이라고 다를 순 없다. 그래서 만약 이들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생존전략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차별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자친구의 향후 행보와 이들이 걸그룹 판도에 미칠 영향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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