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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 | 연재 [도시의 이곳]
광주 양림동
100년의 시간이 머무는 마을
(2016-04-15 10:14:07)




광주 양림동은 남구의 모태다. 아직도 대부분 옛 모습의 주택이 즐비하다. 최근 광주천을 끼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저개발 상태'여서 광주의 진면목을 보는데 안성맞춤인 동네다.
양림동 시간여행은 양림교회에서 출발한다. 광주 최초의 교회로 1904년 미국 선교사 배유지(Eugene Bell, 1868~1925)가 자신의 사택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 그 시작이다.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들어와 정착한 동네다. 자연스럽게 '광주의 예루살렘' '서양촌'으로 불리며 서양식 교육·복지·의료·예술 활동의 중심지가 됐다. 광주기독병원, 호남신학대, 네덜란드 양식으로 지어진 수피아여고 등 개화기 건축이 그대로 남아 있다. 호남신학대 캠퍼스 안에는 호남지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22명의 묘역이 조성돼 있어 순례지가 되고 있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인 우일선(Wilson) 선교사 사택(1908년)은 광주시기념물 15호다. 1898년 들어와 활동한 오웬목사 기념관도 네덜란드 풍으로 지어져 보존되고 있다.
외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근대 서양건축물들은 양림동 풍경의 일부이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된다. 각각의 건축물은 양림동 언덕의 풍경과 한 치의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 채, 적벽돌 사이사이에 시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위해 교육과 의료선교에 힘썼지만 정작 자신들은 청빈하다 못해 궁핍한 삶을 선택했던 숭고함, 호랑가시나무를 보며 그 뜻을 헤아려보려고 했던 건 어쩌면 섣부른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양림동 언덕이 빛나 보이는 것은 100년 전 푸른 눈 이방인들의 고결한 정신이 양림동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동네의 역사적 품위는 전통가옥 2채에서 우러나온다. 이장우 가옥이다. 동서·향을 비낀 축선을 따라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등이 이어져 있다. 안채가 광주시 민속자료 1호다. 1889년에 지어진 집이다. 인근 최승효 가옥은 1,000여 평 대지에 1920년대에 지어졌다. 그 중 안채는 정면 8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이다.압록강 근처에서 구해온 목재로 건립됐다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두 가옥은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미술인 470명, 기업 370여 곳이 나서 이들 주택과 골목 등에서 역사와 현대가 함께 깃들어있는 각종 디자인 제품을 내걸어 주목을 받았다.
서양인 선교사들이 들어와 선교 활동을 펼친 곳이자 광주에서 3. 1만세 운동이 가장 처음 일어난 곳이 양림동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도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과거 양림동은 숲이 많고 광주천이 흐르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환경때문에 양림동은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했고, 지금도 많은 작가들이 상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김현승 시인, 중국의 3대 작곡가로 꼽히는 정율성, 동요 작곡가 정근, 드라마 작가 조소혜, 소설가 문순태 등 수 많은 예술가들이 양림동에 터를 두었었다. 지금도 양림동 골목에서는 창작자들의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은 양림동이 가진 근대문화의 자산을 가장 양림동스럽게 보존하고 기록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매년 10월에는 '굿모닝 양림'이라는 축제도 열린다. 시를 낭송하고 시에 음악을 더한 곡들이 선보이는 공연도 열리고 마을 곳곳에서는 지역 출신 화가들의 전시회도 진행된다.


양림동에 가면
ㆍ양림동에는 양림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공간과 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에 미리 문의하면 문화해설사의 재미난 설명을 들으며 마을 탐방을 할 수 있다.

ㆍ호남신학대학 안에는 〈가을의 기도〉를 새긴 시비가 있고, 가까이에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자리했다. 카페 앞 야외 공간에 서면 양림동 일대와 무등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ㆍ다시 양림동 골목으로 내려서면 김현승 시인의 호 "다형(茶兄)"에서 이름을 딴 무인 카페 다형다방이 기다리고 있다. 좁은 골목 초입에 자리한 작은 카페로 누구나 들어가 시인과 양림동의 옛 모습을 만나고 직접 찻물을 끓여 차를 마실 수 있다. 차 값은 주머니 사정에 따라 통에 넣으면 된다.

ㆍ이장우 가옥의 경우 평상시에는 대문을 닫아놓고 있으니 왼편의 샛문을 이용해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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