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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 | 연재 [이휘현의 책이야기]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와 '그들'이 숨긴 역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2016-04-15 11:01:38)




초등학교 학력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 아마 단재 신채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약간의 국사교과서 상식을 보태자면, 시험성적을 위해 앵무새처럼 외웠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은? 신채호에 관한 한 그 이상의 정보를 가진 사람은 우리 주변에 흔치 않다. 신채호가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는, 이 '명성'과 '무지' 사이의 이상한 불균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다. 아니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왜, 신채호는 이름만 유명할까?
1880년 충청도에서 출생해 1936년 뤼순감옥에서 쉰일곱의 나이로 죽은 단재 신채호는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이며 언론인이다. 어릴 때부터 한학에 조예가 깊어 스물여섯 살에 성균관박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신채호의 내공은 역사저술에서 빛을 발했다. 한반도 내 옛 문헌은 물론이고 중국의 방대한 역사서를 꼼꼼히 고증해 우리 민족 역사의 거대한 벽화를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그 벽화는, 고려시대 김부식의 <삼국사기>로 더욱 심화된 '반도 중심' 역사관에 대한 당찬 도전이기도 했다. 수많은 문헌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날카로운 비평, 그리고 기백 넘치는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한 우리 민족의 고대사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또 대륙적인지를 강변하는 신채호의 목소리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팔십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힘차게 메아리치고 있다. 단, 그의 역작 <조선상고사>를 읽었을 경우에 한해서….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신채호는 왜 이름만 유명할까?'
그 해답을 구하는 데에 제법 도움이 되는 책이 한 권 있다. 재야학자 이덕일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이 그것이다. 적잖은 분량의 페이지가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과, 조선 후반 이후 지배세력을 군림해 온 노론에게도 할당되어 있지만, 일제시대 식민사관의 체계를 완성한 쓰다 소우키치와 그의 제자로서 해방 이후 한국 주류 사학계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한 이병도(전 서울대 교수)에게도 상당한 분량이 할애되어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저자 이덕일에게는 이 논쟁적인 책을 쓰는데 꽤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국 식민사학의 아버지 이병도의 제자들이 오늘날에도 한국사학계의 실세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단재 신채호의 역작 <조선상고사>는 '실증주의'로 방어막을 친 이병도의 제자들에 의해 철저히 외면 받아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렇게 그냥 단재 신채호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그의 생각과 역사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조선 후기 사대주의 타파를 외치며 새로운 역사서를 저술했던 실학자들의 역사는, 김부식이 불태워버린 그 수많은 <삼국사기> 이전의 역사서들은, 지금도 외롭게 한국 주류 사학계와 싸우고 있는 가난한 재야 사학자들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원한다. 그것도, 간절히.
얼마 전 깔끔한 현대어로 번역 출간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읽는다는 건, 그러한 간절함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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