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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부추꽃
(2016-06-16 14:05:16)




베어도 베어도

시골에 가 보면 할머니들 집은 마당이 시멘트로 덮여있다. 풀이 겁나게 나니 힘에 부쳐 다 덮어버린 거다. 그럼에도 그 한 귀퉁이에 파릇파릇한 게 자라고 있다면 그건 부추일 가능성이 높다. 한번 심어놓으면 여러 해 베어 먹을 수 있고, 며칠 뒤 다시 가 보면 또 먹을 만큼 자라는 부추. 살림을 하는 주부 처지에서 부추만큼 고마운 게 있나.
작은 보자기 크기라도 부추밭이 있으면 온갖 해 먹을 수 있다. 풋풋한 게 먹고 싶다면 부추 겉절이, 기름에 지진 게 먹고 싶다면 부추전, 김치거리 떨어지면 부추김치나 오이소박이, 국 끓일 게 마땅치 않으면 부추된장국...... 이렇게 자주 들여다보고 베어 먹다 보니 부추밭은 그 집 아낙네 얼굴이 된다.


부추는 파속 식물로 여러 해를 산다. 한번만 심어놓으면 별일이 없는 한, 이파리를 올려 우리를 먹여살린다. 이렇게 베어 먹고 또 베어 먹어도 자라던 부추도 여름이 되어 꽃대가 올라올 때는 온힘을 그리로 보내 이파리가 영 시들하다. 그래서 꽃대를 올리지 않게끔 사람은 자꾸 베어 먹으려 하고, 부추는 사람이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어떻게든 꽃을 피우려 줄다리기를 한다.  
하지만 더 부지런한 부추가 이겨, 꽃대가 올라오면 이파리와 달리 이는 뻣뻣하다. 그 단단한 꽃대 끝에 하얀 꽃이 모여 핀다. 파속의 꽃들처럼 우산꽃차례인데 부추꽃차례는 반원 모양에 가깝다. 부추꽃이 한창 피어나는 부추밭을 멀리서 보면 음악의 악보처럼 ♬도미솔 미솔라♬♫ 노래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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