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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 | 문화현장 [문학인과 함께하는 백제역사문화탐방]
역사 속 익산을 만나는 작가들의 나들이
장현우(2018-09-17 11:12:51)



"문학인과 함께하는 백제역사 문화탐방"은 익산시가 백제역사 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기념 및 백제역사 유적지구 탐방하여 문화 콘텐츠를 원천으로 문화재 활용한 대안을 만드는 기획 일환으로 원광대학교 대안문화연구소에서 진행했다.
문화탐방 참가 한 행사 당일도 계속해서 더위가 기록을 갱신하는 날이였다. 약속 장소인 익산역에 내리자 대형버스와 여러 작가들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다며 안부를 물으며, 더러 지면으로 알고 있는 분들은 눈인사를 나누며 미륵사지로 출발했다.
미륵사지는 창건 그 때나 지금이나 미래에 오실 미륵불은 보이지 않고, 1400여년 세월의 꿈을 간직한 채 한 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탑의 균형을 잡기위한 모서리 기단이 위로 솟구쳐져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날개 짓하며 미륵불이 머물러 있는 도솔천으로 날아갈 듯 했다. 쓰러져가는 탑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어 백제 왕실의 안녕을 바라는 내용과 백제 불교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했다. 탑이 건립 될 때까지 7여년의 세월이 소여 되었다고 하니 백성을 위한 것인지, 백제 왕권수호를 위한 것인지 그 진의를 따지고 싶지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 오실 미륵불은 보이지 않고, 그 당시 중대한 토목공사였음이 확연했다. 익산 출신의 어느 작가는 학창시절 소풍 때면 그 기울어진 미륵사지 탑에 올라가 낮잠을 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에 의해 백제 도읍으로 창건하기 위해 지어진 사찰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익산시 곳곳에 백제 무왕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쌍릉은 대왕릉과 소왕릉 두 기의 왕릉을 말하는데 백제 무왕인 서동과 선화공주가 묻혔을 거라고 추정했다. 대왕릉은 1917년 일제 강점기에 발굴 되었다가 재 발굴되고 있는데 석실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대왕릉이 무왕의 무덤이든 아니든 설화 속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만큼 죽어서도 이웃해 묻혀있어 구전되어 온 '서동요'가 사실처럼 입 속에서 맴돌았다. 마를 캐던 마동이가 어떻게 선화공주와 결혼을 하고, 어떻게 백제의 무왕이 되었고,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디지털시대에 흑백사진으로 다가오지만 이러한 애틋한 사연은 오래오래 구전되면 좋겠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부활을 꿈꿨던 무왕의 숨결이 느껴진 곳이 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되었는데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왕궁을 지키며 지금까지 서있는 왕궁리오층석탑은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백제의 영광과 멸망을 지켜보며 무수한 말을 전해주고 있지만 들을 수 있는 귀가 짧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층석탑 뒤로 왕궁의 외곽 담장과 왕이 정사를 보거나 의식을 행하던 정전지 건물터, 백제 최고의 후원과 정원유적지, 금∙은∙동을 생산하던 공방지, 자연을 닮은 최고의 위생시설인 대형 화장실 유적를 보면서 조상의 지혜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왕궁리유적지 옆 전시관으로 가면 항상 상주해 있다는 문화해설사의 도움으로 쉬운 설명과 함께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어 무더위에도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가는 날이 문화재청과 전라북도, 익산시가 주최주관이 되어 2018 익산 문화재 "야행"이 진행되고 있어서 천년 기원을 담은 탑돌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준비 된 죽간에 매직펜으로 '익산 미륵사지의 꿈 소원성취'라고 쓰고, 나눠 준 꽃등을 들고 왕궁리오층석탑을 돌았다.
다음 날은 문학투어와 근대문화유산 투어가 있었다. 일행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출한 문학인을 배출하고, 문학의 배경이 된 익산시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보았다. 소설가 윤흥길 선생님을 떠올리며 누군가 소설 "완장"과 "장마", "에미"를 이야기했고,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정양 시인의 시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문단의 큰 어른을 떠올리며 더러는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송신하기도 했고, 문자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어떤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하듯이 선생님 이름 앞에서 우리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몸가짐을 단정히 했다.
근대문화유산인 구 익옥수리조합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일본이 자행한 근대농업 수탈의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토지개량과 수리사업을 명분으로 설립되어 지역 농민들에게 과도한 공사비와 수세(水稅)를 부담시켜 우리나라 근대농업 수탈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아픈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건축기법으로 익산시의 대표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문학인과 함께하는 백제역사 문화탐방"프로그램으로 초대해 주신 익산시 문화관광과에 늦게나마 감사를 드리며 한편 이런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부러웠다.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유무형의 자산을 발굴하고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는 있다. 행정이든 민간이든 학계든 서로 전문성을 발휘해서 협조하고 훼손하지 않게 잘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는 분명 있다. 천년 별빛 축제 '야행(夜行)'과 같은 지역 축제로,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으로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익산시 문화관광과의 역할이 그래서 커보였다. 문학인을 초대하고, 익산시를 알리는 이러한 작업의 첫걸음이, 행정과 민간의 소통하는 출발점이면서 익산시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더위가 꺽이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에 날 잡아 집사람 팔장을 끼고 맘 놓고 익산시 투어를 해야겠다. 이제는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도 들려주며 백제의 꿈에 대해서도 조곤조곤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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