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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 | 문화현장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확장된 공연무대서 만나는 판소리의 진수와 창작의 세계
성륜지 인턴(2022-09-14 14:25:51)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 9월 16일 - 9월 25일

확장된 공연무대서 만나는

판소리의 진수와 창작의 세계


성륜지 인턴




더위가 살짝 비껴가는 9월이면 어김없이 전주에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린다. 9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더늠(20th+1)’을 주제로 잡았다. 일곱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소리 축제는 실내 공연에 집중하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비롯, 부안 채석강, 치명자성지 평화의전당,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 등으로 공연 무대를 넓히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맞는다.


첫 번째 섹션인 ‘포커스 온 더늠’에서는 <백년의 서사> 개막공연과 <전북청년열전- In C> 폐막공연이 준비되어있다. 이외에도 <접점>, <심청 패러독스>, <바르셀로나 플라멩코 발레>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두 번째 섹션인 ‘오래된 결: 전통’에서는 <판소리 다섯바탕>과 <산조의 밤>, <광대의 노래 ‘풍운(風韻)’>이 관심을 모은다.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에서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김일구 명창의 광대가 이야기>, <배현영 교수의 고음반 이야기>, <최동현 교수의 판소리 이야기>, <조상현 명창의 사철가 이야기> ‘마스터 클래스’도 눈여겨 볼만하다. 세 번째 섹션인 ‘온고이지신’은 젊은 전통 음악가들의 진지하고도 유쾌한 도전 <소리프론티어 시즌2>가 준비되어있다. 네 번째 섹션 ‘너머의 감각 :컨템포러리’에서는 재즈와 슬로바키아 민속음악의 절묘한 아우라를 만들어낸 ‘파노라 트리오’, 철현금 명인 류경화와의 협연 연주가 기대된다. 18일 야외공연장에서 전통음악의 한계를 실험하는 <덩기두밥 프로젝트>도 관심을 모은다. 다섯 번째 섹션 ‘소리 인터페이스’에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 실내악 콘서트>, <안예은 콘서트_전주 상사화>까지 특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여섯 번째 섹션 ‘헬로우!패밀리’는 가족 뮤지컬 , <우리랑 진도깨비>와 전북어린이대음악제, 20일부터 3일간 진행하는 소리배움터<강령탈춤 배우기>가 가족단위 관람객을 기다린다. 마지막 섹션 ‘글로컬 랩’에서는 지역의 힘, 지역 예술가의 역량을 선보인다. 23일에는 <듣,보,고>, <기계학습데이터 맵핑 Sori N>, 24일에는 <싱잉볼, 재즈트리오를 만나다>, 25일에는 <힙한 광대들>, <진안 증평굿보존회>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이어온 소리프론티어에서는 올해도 주목할만한 단체 4개 팀이 관객들을 맞는다. 소리축제는 올해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판소리 소재 또는 내용, 형태가 접목된 창작 초연 작품을 공모했다.


선정된 팀과 작품은 김봉영X김승진의 <판소리 드라마 ‘다시 쓴 엽서’>, 그레이바이실버 <사계의 사잇곡>, 소리극단 도채비 <도채비 SSUL 적벽대전>, 소리 <로큰롤 심봉사전>. 판소리에 대한 실험 정신과 색다른 시선, 동시대적인 의미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무대다. 이들 소리프론티어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소리프론티어 시즌2

판소리에 대한 실험정신과 색다른 시선





당대 최고의 뮤지션 심봉사

소리의 <로큰롤 심봉사전>





2022 소리프론티어에서 <로큰롤 심봉사전>을 선보이는 ‘소리’는 2010년에 창단해 한국 고전과 한국 음악으로 한국인 정서에 맞는 음악극을 개발하고 있다. ‘소리’는 모든 공연을 라이브로 진행한다. 정기환 대표는 “개인 취향이지만 음악을 듣다 보니 라이브와 세션 녹음한 음악의 차이가 들린다”며 라이브를 고수하는 이유를 밝혔다. “미디어 음악이 활성화되면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갖고 있단다.


<로큰롤 심봉사전>에서는 심봉사를 당대 뮤지션으로 설정하고 부성애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맹인 뮤지션과 고용인으로 만난 심봉사, 황봉사, 뺑덕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로큰롤 심봉사전>은 조선의 장애인 복지정책도 다룬다. 조선은 서구보다 일찍 복지라는 개념이 시작되었는데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사회적 인식은 지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심청전에서 전국 맹인들을 위해 잔치를 여는 장면도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관례로 시행하던 조선 사회관습이었다.


판소리 4대 작품을 현대화하려고 만든 첫 시도는 <로큰롤 흥부전>이다. 흥부전을 시작으로 심청전, 별주부전, 춘향전까지 네 개의 판소리 작품을 현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큰롤 심봉사전>은 심청전 이야기를 심봉사 중심으로 새롭게 창작한 작품으로 판소리와 연극, 콘서트를 융합한 그룹사운드 창무극이다. 창무극은 창과 판소리, 춤, 재담 등을 엮은 일종의 연극 형태. 정 대표는 그룹사운드 창무극으로 새롭게 상표등록을 했다. 그룹사운드가 들어간 이유는 작업에 밴드가 들어가기 때문인데, 정 대표가 대본과 음악을 만들면, 밴드가 고수의 역할을 대신한다. 정 대표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소리 축제이고, 두 번째 작품인 심봉사전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말을 전했다.


9월 24일 (토) 19: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이미지 묘사 중심의 판소리 드라마

김봉영X김승진의 <다시 쓴 엽서>





서사 중심의 기존 판소리를 이미지 묘사 중심으로 접근한 판소리 드라마 <다시 쓴 엽서>는 2008년에 창단한 ‘엠제이플래닛’에서 기획했다. 공연 기획자들과 창작 아티스트들이 만나 새로운 형태의 동시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상 속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 젠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다시 쓴 엽서>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다. 한 부부의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속 별도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봄은 80년대 혼혈 학생과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름은 부천성고문 사건이 터질 당시 보도지침이 내려온 기자들의 이야기, 가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았지만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겨울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노부부가 딸에게 전하지 못한 엽서를 읽으며 이야기는 끝난다. 소리꾼 김봉영 씨는 “판소리의 그림을 그리듯 표현하는 묘사성에 중심을 두고 이미지를 찾아가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갈등, 다름, 자유의 차원에서 주제 의식과 다양한 감정을 고민하고 사설과 작창 과정들을 직접 진행했다”고 말했다.


오준석 PD는 2010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소리꾼 김봉영 씨, 작곡가 김승진 씨, 작가 유정민, 오미영 씨를 만났다. 12년 전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창작자들이 ‘소리 오작교’ 프로젝트로 만나 카툰 판소리 ‘날아라 에코맨’을 선보였다. “다시 그 공간에서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프론티어 자체가 앞서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앞서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항상 던지지만, 꾸준히 새로운 것을 판소리로 관객들을 만나는 사람으로서 한 번쯤은 서보고 싶은 무대”라고 참가 의의를 밝혔다.


9월 17일 (토) 18: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인간의 흘러가는 세월을 조명

그레이바이실버 <사계의 사잇곡>





전통음악의 민족성과 현대음악의 독창성을 기반으로 피아노, 보이스, 대금, 드럼이 모여 활발한 작곡과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레이바이실버는 판소리 단가 사철가의 가사를 주제로 한 <사계의 사잇곡>을 선보인다. 그레이바이실버는 이한빈 씨를 주축으로 음악적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이 모였다. 돈, 명예보다 진짜 하고 싶은 음악, 순수음악을 지향한다.


사계절이라 하면 봄은 생명과 시작, 여름은 번창, 가을은 풍요, 겨울은 죽음처럼 대외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한빈 씨는 ‘정말 봄은 시작이고 겨울은 죽음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뭇잎과 죽은 나무들로 만든 퇴비에서는 미생물과 유생 균이 나오듯 죽음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들이 있다. 그는 “씨앗은 꽃을 피우기 위한 존재인 것처럼 계절의 주기를 인간의 시간대에서 관측한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레이바이실버는 ‘사철가’가 가진 해학적인 부분과 그동안 고민해왔던 자연의 주기와 시간을 작품으로 기획했다. <사계의 사잇곡>은 사계절에 맞는 4개의 테마로 구성하고 계절을 이어주는 사잇곡을 주요 테마로 등장시킨다. 봄이 여름으로 여름이 가을로 넘어갈 때 순환과 변화의 과정을 겪듯 자연이 준비하고 있는 변환의 과정들을 너르게 펼쳐냈다. 본래 4인 구성 팀이지만 <사계의 사잇곡>은 아쟁 연주자 이종원과 함께한다.


그레이바이실버는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쇼케이스를 통한 활동이 전반적이었고, 국내 공연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방향성이나 운영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지방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인 만큼 지역 관객들을 마주하고 그 이후를 도모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9월 18일 (일) 16: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남창’의 멋과 힘이 담긴 소리로 재미있게 풀어낸 적벽가

소리극단 도채비 <도채비 SSUL 적벽대전>





2020년도에 창단한 소리극단 도채비는 전주에서 전통예술을 뿌리에 두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며 동시대적 융복합 콘텐츠를 지향하는 단체다. 대표 이정원 씨는 “판소리를 관객들에게 편하고 젠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내추럴 스토리 콘텐츠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소리 프론티어에서 <풍각쟁이>를 선보였던 도채비가 올해는 <도채비 SSUL 적벽대전>으로 돌아왔다.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바탕 중에서 제일 사설이 어려운데다 중국 문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적벽가가 다섯바탕으로 남아있는 것은 판소리가 성황을 이루었을 당시에는 삼국지를 즐겨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원결의부터 화용도까지의 내용을 설명을 덧붙인 소리 중심으로 선보인다. “관객들이 다양한 매체들로 인해 국악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직관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도채비는 삼국지 내용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삼고초려 상황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나이를 따져 묻는 등 재미 요소를 삽입하고, 조자룡이 활을 쏘는 대목과 불을 지르는 대목에서는 타악 연희단 ‘아퀴’와 호흡을 맞춰 화룡점정을 찍는다. ‘아퀴’와 ‘도채비’의 쿵짝은 급박한 전투 장면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음악 콘텐츠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EDM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국악과 EDM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어려워 조정 중에 있다.


올해로 두 번째 소리프론티어에 선정된 도채비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큰 지역 축제인 만큼 전주 예술가들이 꾸밀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9월 20일 (화) 10:30/19: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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