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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문화현장 [저널초점]
신명난 풍속과 입맛 살리는 먹거리로 '휘영청'정월대보름과 풍성했던 도내 대보름행사
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3-03-26 16:37:43)

"싸래기 받아 닭주고", "흰계란 받아 개주고" 치마를 치켜 올리며 하늘 높이 널을 뛰는 모습과 함께 들려오는 대창(對昌), 이날은 개를 굶기는 날이기도 하며, 한해의 풍년을 빌며 달불놀이(화통돌리기), 닭집 사르기를 하고 수수깡으로 보리를 만들어 거름더미 위해 꽂아 넣고 풍년을 기원하며 흉년을 점치기도 한다.
농민들은 일찍 일어나 장대로 처마끝을 돌며 새를 쫓고 새끼로 뱀을 만들어 불에 태우며 흉물을 예방하고, 여자들은 중천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제각기 감회에 젖어 조심스럽게 다리를 밟는데 보름다리를 밟으면 일년 내내 다리가 안아프다는 옛 이야기, 부락 대항으로 벌이는 줄다리기에서 지는 마을에는 흉년이 든다고 해서 결사적이다.
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은 먹거리와 세시풍속들로 꽉찬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한 명절이다.
많은 세시풍속들과 함께 하루 내내 '입이 즐거운' 대보름 먹거리는 재래시장과 백화점, 할인점에도 대거 등장할 만큼 도심 사람들도 거르지 않고 이어내는 풍속이다. 보름 하루전날 저녁에 먹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 당일 새벽에는 '귀밝이 술'을 마시면서 한해의 무사태평을 빌어본다. 당일 아침에는 대표적인 대보름 음식인 땅콩이나 호두를 깨무는 '부럼'을 '깐다'. 대보름 먹거리는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겨울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정월대보름인 지난달 26일 도내 곳곳에서 정감있는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시골마을, 도심 한복판 할 것 없이 한 해 액땜을 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들이 우리곁을 찾았다.
먼저 정월대보름 닷새전인 21일, 전주시립국악단에서 선보인 '대보름맞이 음악회'에서는 관악합주곡 '함녕지곡'과 '산조합주'를 비롯해 승무와 검무 등 춤과 풍물이 어우러지는 '풍장놀이'로 관객들을 찾았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에서도 보름날 저녁, 판굿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열고 풍년을 기원하는 축원굿을 비롯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소리와 춤, 풍년을 기원하는 소리, 소원성취를 비는 달맞이 등 모두 네 마당으로 구성, 공연장뿐만 아니라 국악원뜰에서는 팽이치기와 투호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 한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보름날의 진수는 23일 열린 임실 필봉농악의 정월대보름굿. 자정까지 펼쳐진 이날 굿은 호남좌도 임실필봉굿보존회가 주최, 당산제, 샘굿, 마당밟이와 함께 판굿과 재능기영산굿, 달집태우기 등이 이어졌다.
이밖에도 2월 내내 다양한 민속놀이를 마련해온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작은문화축전'을 열고 설과 보름사이 마을마다 펼쳐지던 다양한 놀이문화를 재현, 가족단위의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모아졌다. 또한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세시풍속을 재현해온 전라세시풍속보존회에서는 전주 다가공원에서 새끼꼬기 경연대회, 달걀꾸러미 만들기, 터닦음굿, 월드컵장승제, 당산제 등이 펼쳐졌다.
/황경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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