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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 | 문화현장
[문화현장] 김혜미자 한지 세간살이 <색실상자와 실첩>전
관리자(2011-02-14 11:20:56)

김혜미자 한지 세간살이 <색실상자와 실첩>전(1월 4일~ 23일) 


한지 유물, 박물관 수장고를 벗어나다 한지공예는 지난한 작업이다. 얇고여린 종이를 수백장 겹쳐 바르고 두들겨 골격을 세운 위에 천연염색한색색의 한지로 문양과 무늬를 새겨넣어야 완성된다. 우리 조상들은 그고됨을 마다하지 않고 한지로 멋스러운 세간을 만들어 사용했다.


한지공예가 김혜미자 씨의 네번째개인전 한지 세간살이 <색실상자와실첩>전(1월 4일~1월 23일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은 그 지혜와 멋을 오늘날에 되살린 작업이다. 박물관 수장고 유물이 다시 태어나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김혜미자 씨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100여년 전 조상들과의 공동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온양민속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한지공예 유물들을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대중들에게 선 보일수도 없었던 오래된 한지유물들은 그의 손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었다. 한지공예를 앞서 개척해온 원로 공예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실이다. “한지 유물들 중에 색실을 담는 상자와 첩(帖)을 재현해보기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전지공예기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지요.”전지공예는 한지를 여러 겹 덧붙여 두꺼운 합지를 만들거나 목재골격에 한지와 색지를 붙인 후 다시 천연기름을 여러 겹 칠해 내구성과 내습성을 주는 기법을 말한다.이번에 재현한 색실 상자와 색실 첩은 100여년 전 아낙들이 수를 놓는 색실을 담아 보관하던 세간이다. 작지만 오밀조밀한 구조와 종이접기를 응용한 수납공간은 조상들의 지혜를 잘 보여준다. 유물의 재현을 위해 김씨가 기울인 공력은 창작 작업,그 이상이었다.


“사실 창작이 오히려 쉬워요. 이미 존재하는 유물은 그대로 재현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대충 재현해내면 엉터리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어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수장고를 내 집 드나들듯이 하면서 사진을 찍고 유물을 살폈어요.”한지공예 기법은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내려 왔을 뿐 문헌으로 기록이 남은 경우가 거의 없다. 때문에 유물의 재질부터 제작기법을 유추해내는 건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나마 그 유물들을 고스란히 재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오랫동안 그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강의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왔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박물관 수장고를 드나드는 것도 어려운데 저를 믿고 귀한 유물을 몇 번이나다시 꺼내 보여줬으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도‘국새요석’은 전통기법을 되살리기 위해 김씨가 흘려온 땀의 결정체다. 문헌상에는‘한지로 만들어졌다’고 단 몇 줄 언급된 국새요석을 다시 만들기 위해 그는 다른 분야의 전통공예 장인들과 머리를맞댔다. 끊임없는 연구와 수차례의 실패 끝에 탄생한 것이 유래 없이 2000장의 한지를 찧어 붙인 국새요석이다.“기록을 찾아 사라진 전통공예를 되살린다는 것이 보람은 있지만 2000장을두드려 붙이는 작업을 다시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후세가 더 오래 한지유물을 볼 수 있도록 이번 전시 작품들은 유물의 100% 재현물은 아니다. 세간으로 쓰였던 유물인 만큼 거칠고 투박한 면을 김씨가 자신의 스타일로 새롭게 보완한 것이다.황토, 소목, 숯, 포도 등 다양한 천연염료를 사용해 색을 입히고 당초문, 문자문양의 한지로 멋을 더했다. 형태는 그대로 재현하되 새로운 옷을 입힌 것이다.“처음 욕심으로는 그대로 재현한 작품과 제 스타일대로 재현한 작품을 하나씩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1년의 시간으로는 욕심을 채우기에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스타일의 작품을 먼저 만들어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김씨는 앞으로 유물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도 제작할 계획이다. 


보존이 어려워 대중에게 전시하지도 못하는 유물 대신 그의 재현품을 박물관에 전시하는것이 목표다.“빛을 보지 못하는 수장고의 유물들 대신에 재현품으로라도 후손들이 더 오래 전통 한지공예품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입니다.”서울과 전주에서 전시를 마친 한지 세간살이 <색실상자와 실첩>전은 오는4월 28일 온양민속박물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황재근(문화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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