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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 | 문화현장
마을이 희망이다 - 전주 학전마을 마을잔치에 가다
관리자(2011-03-04 18:30:59)

마을이 희망이다 - 전주 학전마을 마을잔치에 가다


그날 우린 활활 타는 달집에 간절한 소망을 실었다 지난 2월 19일 모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주 학전마을은마을 입구부터 차량과 사람으로 북적였다. 아직 봄이라기엔 쌀쌀한 날씨였지만 부모님 손을 붙잡고 마을을 찾은 아이들은 제집인양 뛰놀기에 정신없었다.한적한 농촌마을이 난데없이 북적인 이유는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대보름이 이틀 지나긴 했지만 토요일을 맞아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전통행사를 즐기러 온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마을을 가득 메웠다.마을 회관 앞,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커다란 달집 주변으로는 연날리기, 투호놀이, 활쏘기, 널뛰기 등 각종 전통놀이장이펼쳐져 있다. 평소 하던 컴퓨터게임만큼 재밌을까 싶은데도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놀이에 흠뻑 빠졌다.“아저씨 이것도 좀 날려주세요.”직접 만든 가오리연을 들고한참을 낑낑대던 아이가 행사를 주관하는 마을주민에게 SOS를 요청한다. 


희끗한 머리의 주민이 연을 받아들고 바람을 가늠한 후 논둑길을 달리자 연은 참 쉽게도 저 높이 올라간다. 지나던 어른들도 손톱크기가 될 때까지 하늘로 올라간 연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도심에서 30분, 밀착형 체험마을 ‘학이 밭에 많이 날아든다’하여 학전(鶴田)이라 이름 붙여진 이 마을은 74가구 216명이 거주하는 전주외곽의 도농복합마을이다. 주민의 70%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며 나머지 주민들은 도시로 출퇴근 하며 생업을 꾸리고 있다.학전마을은 지난 2005년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후, 참게농법을 도입해 재배하는 참게쌀을 특산물로 내놓고 있다. 이후 농업진흥청 푸른농촌 희망찾기 사업과 전라북도 향토산업 살기 좋은 마을에도 연이어 지정됐을 정도로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는 마을이다.학전마을과 다른 체험마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도시와의 거리에 있다. 차로 30분 거리 안쪽으로 삼천동, 효자동, 평화동 등 전주의 대규모 주거지역들이 몰려있고 바로옆에는 완산구민들이 즐겨 찾는 완산체련공원이 있어 도시민들의 접근이 편하다. 


마을 주변은 모악산 마실길로 지정돼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방문도 잦다.이런 특성을 살려 진행하는 사업이 바로 주말농장이다. 김종록 학전마을위원장은“매년 2월에서 3월까지 신청자를 받는데 벌써 250구좌의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구좌 당1년에 4만5천원을 내면 주민들이 밭에 비료와 퇴비를 뿌려밑 준비를 해준다.상시체험행사도 인기다. 마을 내에 체험관과 야외풀장 등을 갖추고 있어 나들이 삼아 찾는 방문객도 많다. 참게방사체험, 두부 만들기 체험, 메주 만들기 체험 등 농촌의 농사주기에 맞춘 체험행사도 진행한다.이번에 열린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도 학전마을이 도시민들을 위해 매년 주최하는 행사다. 정월대보름은 이미 도시에서는 잊혀진 명절이다. 오곡밥을 먹고 부럼을 깨는 것도 신경을 쓰는 집에서나 하는 번거로운 일. 달집태우기 같은 공동체 행사는 꿈도 못 꾼다.


학전마을의 달집태우기는 바로 이런 도시민들의 수요를 채워주는 행사다. 주말에 크게 발품 팔지 않고도 전통행사를체험할 수 있으니 가족동반의 방문객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을 입장에서는 마을홍보의 기회가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김종록 위원장은“오늘 5백여명의 방문객이 마을을 찾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라 마을 주민 모두 흡족해하고 있다”고말했다. “도시민과 인연, 직접 소득으로 이어가야”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학전마을의 비닐하우스 예술관이 붐비기 시작한다. 트럼펫과색소폰 연주에 맞춰 주민들과 방문객들의흥이 올라온다. 맛깔 나는 트로트 곡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추는 이들도있다.


다음은 공연단 마실의 퓨전국악공연.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절로 발이 굴러지고,신나는 태평소 소리에 몸이 근질근질하다.해가 완전히 기울자 예술관 밖에서는 아이들이 쥐불놀이를 시작한다. 1년에 단 한번, 어른들도 인정해주는 불장난이니 시간가는 줄 모를 수밖에. 부모님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시찬(8·효자동)군은“불깡통 돌리는 게 가장 재밌다”며“불은 하나도 안 무서웠다”며 개구지게 웃었다. 시찬 군의 아버지 이학림(46·효자동)씨는“지난해 학전마을 대보름 행사에 왔었다. 이번에도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왔다”며“전주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행사는 정월대보름의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 3층 건물 높이는 될 듯한 커다란 달집을 둘러싸고 참가자와 주민 모두기대에 부풀었다. 이윽고 달집에 불이 붙자대나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들어간다.모두가 띠지에 적힌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타오르는 불길을 오랫동안 바라봤다.아이들에게 전통명절 행사를 보여주고 싶어 찾았다는 강은정(40·평화동)씨는“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며“잊혀져 가는명절인데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달집태우기가 어떤 의미인지, 왜 부럼과 오곡밥을먹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너무 재밌게 놀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개별 방문객만 찾아온 게아니다. 걷기단체인 사단법인 마실길은‘정월대보름 모악산 마실길 달빛 즈려밟기’를주최하며 아예 코스 안에 학전마을 행사를포함시켰다. 학전마을이 모악산 마실길 인근에 있기에 가능한 선택. 사단법인 마실길김광오 이사장은“평소 회원들이 다니는 길에 위치한 마을이기에 마을행사에 맞춰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맺어진 도시민들과의 인연은 학전마을의 큰 자산이다.김종록 위원장은“무엇보다 농민들에게직접적인 소득이 생겨야 우리 마을이 잘사는 마을, 살고픈 마을이 된다”며“곧 준공될한과공장과 농가식당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마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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