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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 문화현장 [문화현장]
전주비빔밥·막걸리 ‘푸짐한 한상’을 벗어나야
비빔밥 토크 ‘비빔밥을 논하고 막걸리에 취하다’- 4월 13일 | 한옥마을 부채문화관
황재근 기자(2013-05-02 16:03:49)

전라북도가 도민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토크콘서트 ‘비빔밥 토크’ 첫 번째 자리가 지난 4월 13일 오후 5시 전주한옥마을 부채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비빔밥을 논하고 막걸리에 취하다’. 이 자리에는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와 방송인이자 막걸리전문점 대표인 따루 살미넨 씨가 초청을 받아 외지인, 외국인의 입장에서 비빔밥과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이보삼(전주음식창의도시 네트워크 이사), 박세상(전주한옥마을 ‘불가능 공장’대표), 김병수(사회적기업 ‘이음’ 대표), 김준호(전주맛집 다음카페 운영자) 씨가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첫 번째 주제는 비빔밥. 최근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비빔밥의 가격이 논란이 된 터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황교익 씨는 반찬가짓수를 줄이고 각 식당마다 특색을 살리길 권했다. 그는 “전라도는 인심이 푸짐하고, 손이 크다는 인식이 전국에 퍼져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대개 먹을 것 인심은 후한 편이다. 결국 그런 이미지에 갇혀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것은 식당주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이미지메이킹과 국민전체의 의식이 달라져야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결국 음식값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값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객석에 자리잡은 비빔밥 식당 관계자들도 할말이 많았다. 한 업주는 “전주의 푸짐한 상차림은 전주음식의 역사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비빔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 푸짐한 상차림을 기대한다. 그런 요구를 무시하고 가짓수를 줄여서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저렴한 업소가 필요하다면 그런 식당을 만들면 될 것이다. 기존에 운영해오던 식당에 가격을 낮추라, 반찬을 줄이라 요구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만 할 수 없는 첨예한 의견이 부딪치는 상황에서 패널들이 제안한 방안은 전주비빔밥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은 재료를 쓰고, 거기에 들어간 노력과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알린다면 소비자들도 정당한 가격을 아깝지 않게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매번 같은 재료와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철에 따라, 지역에 따라 변화를 준다면 식당별로 차별화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막걸리를 둘러싸고도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전주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술 자체보다는 푸짐한 안주상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 직접 막걸리 전문점을 경영하고 있는 따루 씨는 싸고 맛있고 빨리 취하는 술이라는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서 막걸리를 접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중에 막걸리의 매력에 빠지고 나서 지역별로, 재료별로, 계절별로 너무나 다른 맛의 다양한 막걸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우리 가게에서는 여러 양조장의 막걸리와 그에 어울리는 제철 안주를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먼저 좋은 술과 안주를 알아준다”고 말했다. 전주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지금, 전주 음식은 현재 모습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지 못하게 뜨거워진 토론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었다. 비빔밥 토크는 이후에도 다른 주제로 연중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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