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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문화현장 [문화현장]
전쟁과 폭력에 대한 시선
제6회 전주포토페스티벌 <전쟁과 기억> - 5월 11일~5월 19일 |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임주아 기자(2013-06-05 10:15:21)

미국의 지성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오늘날의 현대 사회는 폭력이나 잔혹한 이미지로 뒤덮여 있다고 말한다. 텔레비전, 컴퓨터, PDA 등 작은 화면 앞에 붙박인 채로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앙의 이미지를 속속들이 볼 수 있다며 타인의 고통을 더 이상 소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정훈 전시감독은 전쟁과 그에 대한 역사적 기억 사이에는 전쟁의 도상적인 이미지만 자리할 뿐 그 이야기 자체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오지마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 을 촬영한 조로젠탈의 사진에서부터, 9.11 당시 무너져 내리는 트윈 타워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진에 남겨진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전쟁을 정의하고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전주포토페스티벌의 <전쟁과 기억>은 정전 60주년 기념과 함께 태어났다. 사진이 더 이상 ‘단 한 장의 역사’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주제전은 전쟁과 기억에서도 <전쟁, 이미지, 그리고 (망각된) 기억>과 <폭력과 기억에 관하여> 두가지 담론을 이야기했다. 정훈 전시감독은 ‘전쟁의 기억’에 중심을, 초청큐레이터 프레드키친은 ‘폭력의 기억’에 초점을 맞췄다. 거대하고 남루한 이 세계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아간다. 전시는 5월11일부터 19일까지 8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주제전A, 살아있는 유령들
사진작가 강용석은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이란 주제로 “최근에 와서야 밝혀진 잔인했던 학살현장과 발굴현장을 현재의 시선”으로 기록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재갑 작가은 <증오비>란 주제에서 베트남 각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증오비를 비추며 여전히 가해자로 살아가는 역사를 대해 바라봤다. 주제전A를 기획한 정 감독은 각각의 작업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남아 있는 한국인의 존재를 응시했다. 현대사진의 거장 사이먼 노폭은 이번 주제전에서 말하고자하는 ‘전쟁과 일상의 기억’의 관계를 가장 잘 드러냈다. 그가 선보인 <버크+노폭>은 영국의 사진가 존버크와의 협업 작업으로 1878년부터 1880년까지 영국군과 아프가니스탄을 동행하며 촬영한 것이다. 150년 전과 외형만 바뀌었을 뿐 똑같이 되풀이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의 상황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정 감독은 엘린 오하라 슬래빅의 <히로시마 후유증 이후>도 소개했다. 작품들은 원폭 당시에 남겨진 파편들을 엑스레이 필름에 촬영한 것이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의 콜렉션은 만 구천여개의 오브제가 넘는데, 대부분 히로시마 폭탄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기증한 것들이란 말도 덧붙였다.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노인들의 초상사진을 작업한 손승헌은 <삶의 역사>를 제목으로 눈을 맞췄다. ‘김수진, 73세, 남양주 거주 사할린영주 귀국동포’라는 제목에서 읽히는 삶의 아픔을 알아본 것일까. 작가는 “한분 한분의 개인 생애사 구술과 더불어 기록된 초상사진이 작업의 주요 내용”이라며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초상과도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주제전B, 남은 사람들
뉴욕타임즈 사진부장을 역임하고 뉴욕대 교수로 재직중인 프레드 키친 작가는 그의 주제전 <폭력과 기억에 관하여>에 대해 “사건의 충격이 갖는 무게를 전달할 수 있도록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코펜하겐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방(티나 잉고프,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독재기간 중 사라진, 사랑하는 사람의 빈 공간(구스타보 헤르마노, <부재>)을 담담히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에 찍힌 2장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어떤 폭력적인 현장 사진 보다 분명한 그 의미를 전달한다. 30년의 시간차를 두고 촬영된 사진은 사이좋은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뒤 현재의 사진에는 몇 명 남지 않거나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의 ‘순간’을 보여주는 작업도 있다. 아이 휘트니스의 <목격자에 의해> 연작은 일촉즉발의 사고 상황을 유토피아 색채로 희화화시킨작품. 한편의 잔인한 동화 같기도 하고 거대한 연극 같기도 하다. 열명이 넘는 사람이 한 사진 안에 출연하지만 눈빛도 포즈도 모두 다르다. 집단의 전쟁경험과 함께 개인의 상처도 조명한다. 히로유키 이토의 연작 <적우>은 갑작스런 개인의 죽음의 이야기를 다루는 흑백필름으로, 해설을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틀 후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십 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다음날,히로시마에는 흑우가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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