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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9 | 문화현장 [지상중계]
창극은 한국적 무대 양식의 미래다
창극집담회 <창극 브랜드화 어디까지 왔나> 8월 26일 오후4시 | 공간봄
이세영 기자(2013-09-02 17:38:04)

창극이 이룬 성과와 앞으로 창극이 가야할 길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북대 한스타일연구센터와 전북발전협의회가 지난 8월 26일 ‘창극의 브랜드화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연 집담회다.
이종민 전북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유영대 고려대 교수와 유장영 전북도립국악원 상임지휘자, 곽병창 우석대 교수가 발제에 나섰으며 김은정 전북일보 선임기자, 김정수 전주대 교수, 심인택 우석대 교수, 최동현 군산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발제자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창극단과 창극 작업을 통해 어떤 창극을 추구했으며 그러한 작업들을 통해 창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소개했으며 작업을 통해 고민해온 창극의 발전적 미래를 제시했다. 이날 집담회 참가자들은 창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판소리의 원형을 유지하되 무대는 현재의 삶과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함께 했으며 국공립 창극단이 안고 있는 내재적 문제를 공유했다.
유장영 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는 “토론자들의 국공립단체의 책임성에 대한 문제인식에 적극 동감한다”며 “도립국악원은 초기 10년동안 가장 활발한 창극 공연활동을 했고, 그 기간은 민간 원장이 재임하던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교수도 “국공립단체의 미래를 위해서는 운영에 대한 새로운 활로가 모색될 필요가 있다”며 법인화 등을 통해 계약제 단원 운영으로 좋은 예술인들이 순환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도 그 한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곽병창 교수는 “국공립 시스템의 개혁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민간 창극단 운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창극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창극에도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 오는 길을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교수는 “창극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한국적인 특성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음악극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형식미를 잘 갖춰 완결성을 지닌 창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창극을 정극처럼 만들고, 악보화하는 형식을 통해 연출은 자유롭되 음악형식은 정해져 있는 창극제작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기본적으로 판소리를 훼손하지 않는 원칙 속에서 판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적 장치를 넣고 한글자막 영어자막을 넣는 시도를 통해 학생과 외국인 등 비 국악인들인들까지 관객층으로 끌어들이는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판소리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우리 시대와 연결하는 이러한 시도는 창극의 보편성을 위해 어느 정도 유효한 시도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창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연예술의 특성을 잘살려내면서도 잘 만들어진 음악과 풍성한 볼거리, 참신한 주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장영 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단장은 도립국악원의 46회 정기공연을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유 단장은 창극단의 21개 초연작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1993년 박미선 주연의 춘향전을 꼽았다. 바탕소리가 축소되고 대사가 많아지는 경향에 대한 고민과 창극의 소재에 대한 다양화 필요성, 창극 전문작곡가를 발굴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한 유 단장은 창극 상설 전용극장의 필요성을 강조, 창작지원센터의 설립과 예산의 증대, 상설·유료공연의 필요성, 국공립 창극단의 공동작업 및 예산 융합의 필요성을 제기 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곽병창 우석대 교수는 전주소리문화관 마당창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지난해에 이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마당창극은 특히 올해 유료공연 유료점유율 100%를 달성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는 상황. 그는 그 시작은 전주의 전통문화를 담을 단일한 공연 형태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소개했다.
곽 교수는 현재 공연되고 있는 마당창극의 경우, 명창급 주연은 안정감이 있지만 다른 출연진과 기량차이가 나고, 때문에 예술작품으로써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노천공연장의 취약함, 시와 기획자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불연속적인 상설공연이 가지는 단점을 제기했다. 곽 교수는 마당창극이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속공연단 체제 구축, 운영 매뉴얼 작성,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 확보, 야외 공연장의 보강 등을 과제로 꼽았다.
지정토론에 나선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창극단의 국공립화에 대해 지적하며 공연이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단원들이 타성에 빠져 자기 역량의 한계에 부딪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또 국공립 창극단이 만든 창극의 저작권을 풀어 민간단체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통창극의 길은 고전을 지키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고전은 고전대로 갈 길이 있으니 바탕을 지키며 나가야 하고, 새롭게 창작하는 창극은 또 그들대로 더 좋은 무대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인택 우석대 교수는 대학에 창극과 관련된 수업이 있지만 정작 창극을 만들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쳐있다고 말하고 국공립단체에서 ‘창극의 기본틀’을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창극을 만들어 주는 일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소리문화관의 마당창극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이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대중적 확산을 위해 좀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전주대 교수는 현재의 창극은 음악이 줄어들고 대사가 느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 그 때문에 창극단원들까지도 소리꾼으로서의 기량을 발휘하는 대신 배우가 되는 길을 좆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무대화한 정통창극과 새로운 주제를 담아내는 창작창극의 어느 한편을 고집하기 보다는 전통과 창작의 무대가 서로 교류하면서 창극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문 1 <우리시대 창극에 관한 메모>
유영대 고려대 교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시작하며 고민했던 아젠다는 창극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한국적인 특성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음악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보편적인 음악극이라는 말을 썼었는데 형식미가 잘 갖춰져 있고 빈틈이 없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의 창극은 한국적인 정체성을 갖추긴 했지만 반주형식이나 즉흥성이 지나치게 판에 의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큰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마당에서 하는 것처럼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정극처럼 만들어 놓고, 전체를 악보화하고, 어느 사람이 연출가가 오더라도 이 악보와 대본이 있으면 자기 식의 연출을 입힐 수 있지만 음악형식은 베르디의 오페라처럼 유지할 수 있는 창극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는 그런 시도의 첫 작품이다.
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서 보편성을 갖자는 생각이었다. 젊은 층, 새로운 관객, 국악식구가 아닌 관객, 뮤지컬을 보는 사람들을 타켓으로 삼고자 했다. 초청명단도 국악, 판소리 학회 사람들이었는데 다 폐기하고, 언론사 담당부서도 국악담당에서 연극·담당으로 바꾸는 변화를 주었다.
또 교조화된 해석, 심청은 효녀라든지, 춘향은 열녀라든지 하는 판에 박힌 해석은 아이들을 졸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 시대에 가졌을 법한, 우리시대에 가졌을 법한 고민하고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고민했다. 철저하게 완성되고 편곡된 음악,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고 주제를 참신하게 하고자 했다. 10초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염두를 두었다. 작품을 만들어 보니 심청, 춘향, 수궁가는 대단한 광맥인 것 같다.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고 새롭게 연출할 수 있으면서도 틀은 너무 좋은 것 같다.
마음속에 담은 형식미는 일본의 가부키인데 <소네자키 신주>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바뀌며 <장화홍련>, <메디아>를 만들었는데 폼은 근사하게 잡았지만 창극이 아니었다. 국악기만 썼지 판소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내 이름은 오동구>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아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작품이 나오는 것은 국립창극단이 가지는 저력이고 이런 식의 현대적인 문제를 직접 표출하는 작품이 창극으로써 훨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발제문 2 <창작극의 흐름과 전망>
유장영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


창극단 21개 초연작 중 베스트 5를 뽑아 봤는데, 주연배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박미선 주연의 1993년 춘향전, 그 다음은 은희진 주연의 비가비명창 권삼득이었다. 박영순 주연의 1999년 그리운 논개, 장문희 주연의 2006년 장희빈, 김영자 주연의 2010년 수궁가 순으로 꼽았다. 예술감독으로 박병도와 김영자가 재직하던 당시가 창극이 가장 활성화된 시기였다.
음악비중이 다섯바탕 창극에서 바탕소리의 소리가 축소되고, 소리보다 대사가 많아지는 경향도 보이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작창, 작곡에서도 전통 소리꾼이 작창을 하는데 창극 전문작곡가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창극 전문 작곡가는 판소리에 통달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창극 전문 작곡자가 나와야 할 때다.
대본으로 본다면 소리 비중이 줄어들고, 바탕소리와 대사의 현대화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창작대본의 소재에 있어서도 오히려 요즘 들어 좁아진 경향이 있다. 우리의 창극은 왜 옛날 소재의 작품만 하는가, 현재의 시점의 작품은 못만드는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전북에서 실기인들이 각색하고 대본을 쓰는 흐름이 있는데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창극 전문 대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창의 활용도 초기의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로 써야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야외에서 벌이는 마당창극은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상설 전용극장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창극을 전문으로 연구할 수 있는 창작지원센터가 필요하다. 현재 도립국악원의 작품 당 예산은 1~1억5천인데 너무 적다. 국악원 작품들이 적은 예산으로 성과를 내왔다고 생각하고 브랜드화 하거나 약간의 예산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5~20억의 예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설, 유료화해 장기 순회공연을 할 필요성이 있다. 남원 국립, 남원국립, 남원시립, 정읍시립과 공동작업·예산 융합이 필요성이 있고, 민간단체의 창극 지원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전주 세계소리축제, 새만금 상설공연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발제문 3 <전주소리문화관 마당창극의 제작 과정과 공연의 특징>
곽병창 우석대 교수


전주소리문화관 마당창극은 전주 전통문화를 자랑하는데 단일한 공연의 형태로 묶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음식, 혼례, 공연, 놀이를 한꺼번에 묶을 수 있는 아이템이 없을까 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익숙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판소리를 응용하고자 했다. 1차 첫 공연은 춘향전을 응용하되 익살맞고 즐거운 부분을 찾고자 했다. 처음 기획을 할 때 잔치가 들어 있는 세 대목, 춘향가의 변학도 생일잔치, 심처전의 맹인잔치, 수궁가의 용궁잔치의 3부작을 내놓으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공연 길이를 짧게 하자고 했고, 음식과 놀이, 공연, 뒤풀이로 구성했다.
마당창극의 미학적 지향점은 판소리와 창극이 지닌 전통 공연예술 장르로서의 전형성을 확인하고 재창조하는데 있다. 또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로써의 정체성도 잊지 말아야 하고 소리가 지닌 장점을 살리고 계승해야한다. 더불어 개방적 쌍방향적 공연의 특성을 접목해야 하고 원전 판소리와 전통창극의 이야기 구조, 음악적 특성을 결코 훼손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마당창극은 명창급 주연이 작품의 안정감을 주거나 스타마케팅의 효과는 있지만 다른 출연진들과의 기량차이가 눈에 띠고 전속공연단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부족, 응집력, 통일감, 예술작품으로써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안타까운 지점들이 있다.
한옥마을과 한옥이라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지만 노천공연장으로써 취약함과 객석의 설치 철거의 반복이나 무대와 객석의 높이, 상설 장비의 미흡으로 인한 문제 등을 보이고 있다. 경륜과 의욕을 가진 전담 기획자가 존재하고 시에서도 사업성공에 대한 확신과 의지도 있어 안정적인 궤도를 가고 있지만 불연속적인 상설공연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공연단의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
가능할지는 몰라도 바람을 적어봤다. 상설 또는 비상설일지라도 전속공연단 체제를 구축하고 운영 매뉴얼 작성, 교차출연 방식과 상설공연단의 병행 운영 방식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1년 예산이 3억정도의 예산으로 꾸려가고 있는데 대단히 열악하다. 안적적인 예산과 전담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항구적인 제작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차기 공연 준비를 위한 문제도 풀어야 한다. 마당 높이를 낮추고 방수용 천막 음향, 조명 등 상설 장비의 보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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