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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 | 문화현장 [문화현장]
춤사위에 가린 예인, 매창
매혹-매창 꽃에 눕다
(2015-05-07 11:26:15)

4.16~17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시서가무(詩書歌舞)에 뛰어나 조선의 3대 여류시인으로 불리지만 딱 한 수의 시조만 전해져 내려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안 출생의 ‘매창’. 기생을 넘어 시인이자 예인이었던 그의 삶이 춤으로 표현됐다.
지난 4월 16일과 17일 이틀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정기공연 ‘매혹-매창, 꽃에 눕다’는, 매창의 삶과 예술혼을 무용을 통해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지역과 전통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정기공연은, 전체적인 무대구성과 연출에 있어서는 화려한 면면을 선보였으나, 매창의 삶과 예술세계가 지닌 깊이를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풀어내려다 보니, 매창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채 어수선하고 지루했다.
무용은 무용단이 그간 쌓아온 레퍼토리와 전북의 전통춤을 아우르고 변형을 최대한 자제한 만큼 한국무용의 참맛을 보여주며, 군무의 비중을 늘려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했다.
춤으로써 다 전하지 못했던 서사는 영상으로 대신하고 음악은 100% 창작곡으로 꾸렸다. 주인공의 역할을 어린 매창(계량), 매창, 매창의 혼 세 부분으로 나뉘었고 당대 최고시인이자 연인이었던 유희경과 시 벗인 허균,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고홍달을 등장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영상을 활용해 매창의 시세계를 보여주거나, 거문고를 중심에 놓고 예인 매창의 모습을 드러낸 점 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서정적이고 신비한 분위기의 무대연출과 영상, 조명, 의상, 소품 등 볼거리도 시선을 끌어당겼다. 극의 흐름에 있어 긴장과 이완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불필요한 장면이나 연출은 집중할 수 없었고, 혼란스러움은 배가 됐다. 안무구성에 있어서도 유사한 형식의 반복은 지루함을 더했고, 기존 레퍼토리를 짜깁기 식으로 활용하다 보니 감동이나 여운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도립국악원 무용단 외에 관현악단과 창극단, 전주시립교향악단원 일부, 외부 출연진 등 80여명이 한 데 어우러져 두 차례 라이브 공연을 했다는 점 대담한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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