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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 문화현장 [문화현장]
'붓'으로 경계를 허물다
제 10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최수일(2015-11-16 15:58:49)

 

 

 

『2015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이하 서예비엔날레) 행사가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다.
경향각지에서 끊이지 않는 발걸음을 보았다. 대형버스를 대절하여 단체 관람하는 것도 다반사고, 삼삼오오 몰려드는 관람자들로 인하여 전시장 문턱이 다 닳을 지경이다.
올해로 10회, 서예비엔날레가 태동한지 20년이 되었다. 이렇게 해를 거듭할수록 성황을 이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떠한 행사든 그 성패는 디렉터의 브레인에 달려있는데, 그간 10회를 거쳐 오면서 서예비엔날레는 피드백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것에서 그 답이 찾아진다.
아무튼 서예비엔날레는 단일 장르로는 세계 최대 규모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서예행사임이 분명하다.
이번 행사는 '물질에서 정신으로'라는 대주제 아래 국내외 작가 842명의 작품 1,151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른바 「서예」라는 것은 선비예술인 동시에 정신문화이다.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법석창신法石創新(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잊지 않는다)이고, 무법이법無法而法(모든 형식을 뛰어 넘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2층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서예의 상생전相生展」은 '인인성사因人成事-사람으로 일을 이루다'라는 주제로 국내작가 112명, 외국작가 50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10회를 맞이하는 행사를 기념하고 전북을 전 세계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전시이면서 이번 행사의 메인전시다. 우리 선현들의 전북을 소재로 한 시나 글을 작품의 소재로 하고 있다. 전북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서예의 상생을 도모하는 전시며, 이 전시를 통해 우리 고장을 다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혼이 있는 괴서전怪書展」의 주제는 '사람 이야기'이다. 국내작가 37명, 외국작가 2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추醜'나 '괴怪'는 '미美'와 함께 미학에 속한다. 조선시대 명필로 대표되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괴'적인 면이 있는 작품세계나 스스로 '괴'를 자처한 중국의 '양주팔괴楊洲八怪'의 작품세계처럼 품격 있는 괴를 이 시대에 발전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서예의 현대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파격적인 필획이며 화면의 구성 방법을 통하여 형상화 된 '괴怪'성을 보는 것이 포인트이다.

조선 여인들 특히 궁녀들이 남긴 '궁체宮體'. 「한글서예 임서전臨書展」은 우리의 예술관으로 보고 궁체가 함유하고 있는 성스러운 예술성을 찾는 전시다.  우리 궁체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 볼 수 있고, 전 세계를 향해 자부심을 가지게도 한다. 한국중앙연구원이 제공한 궁체자료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한글서예, 그 '무아지경無我之境'이란 주제로 28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회의 유명 인사들의 글 솜씨를 만나볼 수 있는 「명사서예전」에서는 스물여덟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작품 가운데는 서예를 취미 이상의 상당한 경지에 이른 분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 유명인들이 좌우명이나 삶의 향기를 담은 작품들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세계문자서예전에서는 수메르문자와 이집트문자, 히브리어, 그리스어, 티벳문자등 고대 문자가 서예가의 영감으로 표현된 작품을 볼 수 있다. 한자나 한글에서만이 아니라 서양의 고대문자에서도 서예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서예를 통해서 동서양의 교류를 찾아 볼 수 있고 세계의 고대문자 이미지가 같이 전시되어 있어 비교하면서 관람하면 도움이 된다. 참여 작가는 25명이다.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19명의 작가가 참여한 「도자각서전陶瓷刻書展」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도자기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새기는 이른바 '도각陶刻'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도자가 갖는 마티에르에 추상적 기능의 문자 그리고 새김질이 조화된 것으로 서예술의 경계를 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상적인 도구로 주로 이용되어오던 도자기가 장식성이 강한 예술품 그것도 서예술이 가미된 작품으로 재  탄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깃발은 무언가를 알리기 위한 신호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군집의 위엄을 내보이기 위해 사용되었다. 「강변의 깃발 서예전」은 이러한 깃발의 속성과 서예가 접합된 전시행사다. 이 일대 한옥마을과 전주천이 어우러져 전시효과를 더해 주고 있다.

「전북서예의 얼 전」은 '전북'의 의미를 되새기고 서예를 통해 전북의 정신을 표현해 보는 도내 대표적 서예가 46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전북, 전북서예의 자존심이 느껴짐과 함께 그 위상이 높아 보인다.

「철필의 노래전」에서는 대형 병풍 10곡으로 제작된 작품의 웅장함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나무에 문자를 새겨 회화적인 방법으로 채색된 작품이 모두 20점. 작가마다의 개성이 뚜렷이 보이고 흰 종이에 검정글씨와는 판이하다. 나무에 가해진 칼 맛과 회화적인 조형형태 그리고 그 것이 병풍으로 제작되어 전시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하겠다. 이미 일반화된 오늘날의 '서각書刻'은 고 인쇄 책판이 진화되어 오늘날 서예작품이 문자각文字刻으로 작품화 한 것이다. 전통적 서예든 추상서예든 새김질 된 작품은 장식성이 강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시詩가 있는 등불서예전」은 한벽루 도로터널에서 119명의 작가가 한지 등에 작품을 하였다. 등은 어둠을 밝히고 더불어 우리의 마음을 밝히는데 등과 서예작품이 접목된 행사가 되겠다.
기타 생활서예전이 있고, 서예비엔날레 기념공모전, 기념공모전 초대작가전이 있으며 부대행사로 서예체험과 탁본체험 등이 있다.

『2015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물질에서 정신으로'라는 큰 주제아래 치러지고 있다. 물질만능으로부터 정신문화를 회복하자는 얘기다. 서예는 고도의 수신성修身性과 인문정신이 내재된 예술이다. 따라서 서예는 현대의 문명이 물질을 넘어 정신을 지향하는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떠한 전시든 관람하기 전에 주제를 우선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관람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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