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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 기획
지역 게임 탄생기
K-콘텐츠, 전북의 현주소 ④게임
고다인·류나윤 기자(2023-10-13 09:32:15)


"짧고 가볍게 즐기는 '바보같은' 게임이 대세" 

'펌킴' 김상원 대표


전북을 넘어 전국에 이름을 알린 ‘스타’ 기업이 있다. 전주에 위치한 작은 스타트업 개발사 ‘펌킴’의 이야기다. 한 게임 스트리머를 통해 펌킴의 게임 가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유저들 사이에서 핫한 인기를 끌었다. 대표 김상원 씨의 말로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지만 잘된 게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는 주인공 기사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단순한 게임이다. 김 대표는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많이 달라진 덕분에 이 게임 역시 주목받는 게 가능했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게임CD를 직접 구매해서 즐겨야했고,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까지 유저들이 기다리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은 신작들이 쏟아지고 어디서나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을 고르는데 피로감마저 느끼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짧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바보같은’ 게임들을 찾는 것 같아요. 영상도 짧은 쇼츠영상이 더 인기인 것처럼 말이죠. 스토리와 조작이 단순한 대신 이 게임의 난이도는 깨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요. 이런 즐길만한 포인트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인기의 비결은 요즘 유저들의 니즈에 최적화된 게임이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한 작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광고회사에 다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길로 들어선 그는 그래픽 관련 일에 계속해서 종사하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 게임 제작에 뛰어들게 되었다. 초보 개발자이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기작 <소원(SOWON)>을 제작하던 때에는 개발을 다하기도 전에 빚만 쌓였다. 하지만 ‘이 게임만큼은 꼭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소원(SOWON)>의 주인공 캐릭터는 제 딸이에요. 딸 이름이 ‘소원’이거든요. 아름다운 그래픽과 딸의 꿈속이라는 설정으로 퍼즐을 풀며 진행되는 게임인데요. 오직 이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어요. 그러다 전북글로벌게임센터의 지원사업 모집 글을 본 거죠. 아직 선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전주에 내려왔어요. 누가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텐데 전주에 자리를 잡고 지원사업을 통해서 다행히 작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죠.”


운명처럼 시작된 전주 생활도 이제 3년차가 되었다. 지금은 게임센터의 입주기업을 졸업하고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든든한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는 게임 하나를 출시하기까지 과정이 영화 한편을 제작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재정적 지원만큼 필요한 게 바로 ‘사람’이기도 했다. 각본을 짜고 컷을 만들고 음악을 입히는 일처럼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여기에 시스템 기술을 더해 재미도 입혀야한다. 완성도 있게 만들려면 못해도 1년은 걸린다고 하니 게임 개발은 장기 레이스와 같다. 그럼에도 매일 새로운 게임을 고민하며 출발선에 서고 달리기를 반복한다. 마침 10월에는 따끈따끈한 신작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롤미홈(Roll me home)>이라는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람의 머리를 굴려서 집까지 도착하는 게임인데요. B급 감성에.. 다소 철학적인 스토리를 넣었어요. 설정이 독특하다보니 반응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콘텐츠 중에서도 게임은 바라보는 시선이 특히 엄격한 편인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예술로서 허용되는 부분들이 게임에서는 인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게임도 예술의 하나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신작을 통해서도 마냥 자극적인 것이 아닌 콘텐츠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게임, 교육이 되다

'펀잇' 최인형 대표


게임과 교육. 이 두 단어의 조합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게임이 주는 중독, 도박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주식회사 펀잇의 최인형 대표는 그런 편견과 과감하게 대척한다. 교사 출신의 게임회사 대표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의 목표는 '게임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회사를 창업하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능성 게임을 만들고 있다.


“교사 현직에 있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학습 스타일과 학습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정규 교육 과정 아래에 학교를 다니죠.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공부를 그냥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조금은 느린 학생들에게 쉽게,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펀잇은 현재 전북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해있다. 작년에는 센터의 지원을 받아 나무 심기를 통한 환경교육 게임인 '포레스트시티'를 개발했다.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통해 환경 보호 의식을 성장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심어준다는 취지이다. 이외에도 VR 치아교육, 먹이사슬을 주제로 한 AR 보드게임 '배틀인정글', AR 해부 어플 '펀펀해부실험실' 등 다수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 특히 '펀펀해부실험실'은 2020년 3월부터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 실험이 금지되며 새로운 대안이 되기도 했다. 


“이전의 동물 해부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도 있었고, 동물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펀펀해부실험실'은 동물을 직접 죽일 필요가 없습니다. 네 종류의 동물을 가상으로 해부할 수 있게 만들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실제 장기와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했어요. 해부한 장기들을 다시 조합하면 동물이 살아나는데요. 생명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는 윤리 교육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교육 기능성 게임에서는 즐거움과 배움의 균형을 조절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배움에 치중하면 지루해지고, 즐거움에 치중하면 배움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 대표는 펀잇에서 만든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보완점을 찾는다. 그렇게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고, 학부모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콘텐츠의 아이디어는 현직 교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온다. 교육 현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면 교육 효과가 극대화되는 부분들에 대해 함께 모색한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박물관과 협업하여 만드는 역사 콘텐츠이다. 고창 판소리박물관, 전주 어진박물관과 함께 역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AR가이드를 제작했다. 해외의 반응도 뜨겁다. 국립태국박물관 내 아유타야 갤러리에 설치한 유물정보 콘텐츠는 디지털 헤리티지의 우수사례로 꼽힌다. 현재는 말레이시아 박물관과의 협업이 한창이다. 현지 학예사들이 학교 교육을 나갈 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부로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개발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모든 문화 콘텐츠의 끝에는 교육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펀잇에서 만드는 콘텐츠가 아이들의 일부분이 되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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