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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 | 기획 [문화로 지역 읽기]
신명나는 인생 마당극에서 펼쳐보세
국악예술원 소리뫼
고다인 기자(2024-02-07 17:32:46)


신명나는 인생

마당극에서 펼쳐보세

국악예술원 '소리뫼'



‘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신명나는 타령 뒤에는 흥에 겨운 소리가 절로 따라 나온다. 마당극은 공연자와 관중이 서로 쿵짝을 맞춰가며 완성하는 무대다. 사전적으로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삶과 직결된 연극’이라고도 한다. 요즘 시대에 참 필요한 무대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의 전통 마당극은 작은 지역 축제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익산에는 사라져가는 마당극을 여전히 지켜내고 있는 팀이 있다. 국악예술원 ‘소리뫼’다. 2005년 창단해, 20년 가까이 시민들에게 다가가며 마당을 무대로 만들어 오고 있다. 단장 김민수 씨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모이고,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마당극에 주목했다. 그렇게 ‘각설이뎐’. ‘뺑덕어멈 쟁탈전’, ‘울엄니’ 등 숱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사람을 즐겁게 하는 예술’을 우리 지역 익산에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익산 안에서 소재를 발굴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도 함께한다. 지난해에는 ‘익산백중놀이 복원 공연’을 통해 여산면에서 전해오는 전통문화인 백중놀이를 계승하고 보존하는 취지의 의미있는 공연을 펼쳤다. 2022년 겨울에 선보인 ‘독산장군 흙산장군’은 익산 함열읍과 낭산면에 전해오는 전설을 소재로 한다. 당시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던 탓에 직접 어르신들에게 물어물어 구전으로 내려오는 내용들을 채집했다. 올해는 익산을 대표하는 역사인 서동설화를 모티브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몽중화’라는 작품을 기획 중에 있다. 김 단장은 매번 새로운 작품을 위해 고민한다. 장르가 전통이라고 해서 과거의 것을 반복만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찾아내고 변화하면서 마당극 역시 신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목표 중에 하나가 유료공연을 여는 거예요.

마당극이 가진 예술성을 높이고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죠"


김민수 단장


마당극은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 야외에서 오며가며 보고 즐기는 것이 마당극만의 매력임은 분명하지만, 당연히 ‘공짜’로 여겨지는 현실과 품바가 등장하는 마당극 공연은 전통예술의 품위를 떨어트린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마당극을 바라보는 대중의 편견을 깨고 하나의 예술장르로서 다가가고 싶었다. 물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수익을 내야하는 현실도 반영한다. 현재 소리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원은 15명. 모두 10년 넘는 세월 함께하고 있지만 공연만으로 먹고 살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일명 ‘국악가족’이라 불리는 그의 다섯 가족은 모두 국악을 한다. 아내는 시조창과 한국무용을, 3명의 딸은 각자 타악과 거문고, 판소리를 전공하며 무대에 함께 오른다.


"가족이 전부 국악을 하니 소통이 잘돼요.

작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가족과 편히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좋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세 자매가 국악의 길을 갔듯, 김민수 단장에게도 특별한 스승이 있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故이준용 명인이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끼를 타고난 덕에 문학, 미술, 음악 가리지 않고 재주를 쌓아오던 김 단장은 국악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스승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처음에는 농악을 배우며 국악에 입문했다. 이준용 선생이 소싯적 활동했던 단체 이름인 ‘소리뫼’를 그대로 이어 받아 사용하며 지금의 소리뫼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는 익산에서 전통국악, 마당극하면 알아주는 브랜드 단체가 되었지만 그만큼의 책임감도 따른다. 우리 음악과 공연의 활성화를 위해 그는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마당극 전용 야외극장을 만드는 것이다. 익산에는 사실 마당극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 대부분이 실내 공연장이나 지역 축제 현장 등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당극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기가 어렵다. 마당극장이 생기면 언제든 상설공연도 가능해진다. 시민들이 항상 “이곳에 가면 재밌는 공연이 열린다”고 여기며 일상처럼 보고 즐기는 공연문화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앞으로는 군 단위의 작은 마을에 찾아가는

마당극 공연도 활발히 하고 싶어요"



소리뫼 팀 단체사진


소리뫼는 올해도 부지런히 움직일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결코 전통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해가는 시대에 맞춰 사람들이 원하는, 좋아하는 공연에 대한 고민도 계속한다. 김 단장은 지역에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그들과 부딪히고 소통하며 전통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소리뫼에 젊은 청년 예술가가 합류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참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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