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호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9. 9
  • 장윤준
    그는 잘생겼지만 속된 말로 '찌질'했다. 열흘 전, 그가 함흥을 떠나 경성으로 향했을 때는 분명 총각이었다. 그리고 열흘 뒤 그는 유부남이 되어 돌아왔다. 그의 애인은 함흥 권번 소속의 기생이었다. 그리고 여자가 떠났다. '님'을 떠나보낸 남자는 눈이 내리는 날 소주를 마시며 시를 썼다.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김경태
    '혜정(한해인)'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공장에서 일하며 허름한 동네에서 2명의 하우스메이트와 살고 있다. 매일 저녁 바래다주던 동료로부터 구애를 받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그녀는 거절한다. 홀로 귀가하게 된 그녀 앞에 소녀 '수양(감소현)'의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지만 외면한 채 급히 집으로 달려 들어온다. 여느 날처럼 귀가한 혜정은 …...
  • 오민정
    엄마랑 TV를 보고 있다가 우연히 홈쇼핑에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크릴새우 오일 광고를 보았다. "넌 저거라도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질책에 "전 세계 비만인들로 인해 곧 크릴새우 씨가 마를 거야. 인류세의 비극이 이런 건가."라고 푸념하다 결국 엄마에게 리모콘을 뺏겼다. "넌 왜 그렇게 애가 부정적이야. 그리고 먹기 싫으면 먹지 마."몇 년 전부터…...
  • 전호용
    밤새 비 내린 어스름한 새벽, 하늘 가득한 잿빛 구름에 옅은 주황빛이 감돈다. 다시 눈을 감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흘러가는 길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세골세골 모여든 빗물이 도랑을 타고 흘러 골짜기로 모이고, 골짜기로 흐르던 물이 개천을 타고 흘러 강으로 모인다. 밤새 내린 빗물이 강으로 모여 주황색 바다로 넘실넘실 달려간다. 나는 그 끝, 주황…...
  • 이휘현
    1975년 2월 15일,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아침 냉기를 체감하며 일군의 사람들이 영등포 교도소 앞을 지키고 있다. 당대 저항시인 김지하가 문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기자들이 그들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이 슬슬 얼어가는 손과 발을 비비고 동동거려가며 시인을 기다리지만, 그는 좀체 교도소 밖을 나오지 못한다. 자리를 뜰 수 없어 배달시킨 짬뽕…...
  • 이휘현
    시인의 언어는 곧 신의 언어다. 터키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은 시인을 신이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은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도 수많은 날을 지새운다. 신의 말에 보다 완벽히 귀를 기울이기 위해 시를 쓰기 전 목욕재계를 하는 시인도 있다. 그런 결벽에 가까운 고민이 담기기에 시인의 언어는 아름답다. 한 마디, 한 마디가…...
  • 고향 산천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서 화폭에 담아내었던 우리 지역의 대표 원로작가 박민평 화백이 지난 7월 25일 향년 8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60여 년간 지역 화단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 온 박 화백은 전북의 존경받는 원로작가로서 전북미술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왔다.1940년 부안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어린 시절부터 보아 온 고향의 산…...
  •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이번 소리축제는 관악기의 동력인 바람(Wind)과 인류의 바람(Wish)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바람, 소리(Wish on the Winds)'를 주제로 여섯 개 분야 약 130여 회의 유․무료 공연을 다채롭게 펼칠 예정이다. 특히, 전통예술의 고유성과 확장, 그리고 전 세계 다양한 월드뮤직을 주제 '바람, 소리(Wish on the Wind)' 안에서 …...